어느 하루 (제 6회)
그러고 보니 그가 처음 결혼했을 무렵,
아이는 늘 엄마의 품에 안기던가 아니면 등이 업혀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었다.
그러다가 언제 부터인가 아빠의 품이나 아빠의 등에 업힌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유모차도 그렇다 다양한 형식의 유모차가 젊은 엄마들의 손에 붙잡혀 있는 것이다.
하긴 몇 백만 원짜리 수입 유모차도 있다하던데,
그는 돌아서서 두 여자가 걷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다시 Y슈퍼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도로변, 인구이동이 많은 지역에는 어김없이 포장마차가 자리 잡고 있다.
네거리 각 귀퉁이 마다 하나 또는 두 개의 포장마차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순대와 튀김 종류
그리고 옥수수와 토스트 등을 파는 곳이었다.
그가 Y슈퍼가 마주보이는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 동안 건너편 모퉁이에 자리한
포장마차에서 한 여인이 장사를 준비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초반으로 보였고 건강한 체질보다는 조금 허약한 체질이었다.
가냘프다는 표현은 맞지 않지만 그 나이의 보통 여자들 보다는 작은 체형의 여자였다.
여자가 포장마차 리어카의 안쪽에서 무엇인가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더니 빗자루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베이지 색 티와 파란 청바지가 어울리는 여인이었다. 여자는 밖으로 나오자 주변을 쓸기 시작한다.
바쁘지 않은 손놀림이었다. 쓰레기들은 여자의 빗자루에 의하여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자는 쓰레기를 부삽에 쓸어 담는다. 여자의 허리가 조금 드러난다.
그 때 그의 눈에 뜨인 것이 여자의 목선 이었다.
신호등이 바뀌어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건너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걸음을 멈춘 채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
모든 여자들의 목선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앞에 두고서도 여자의 목선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여자들이 머리를 기르는 것은 그 아름다운 목선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여자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뒷머리를 위로
쓸어 올리고 있었다. 화면은 여자의 목선을 클로즈업해서 보여 주었고 남자의 묘한 눈동자가 함께
스크린에 드러나고 있었다. 그랬을 것이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여자라는 이름과 함께 그 아름다운 목선과
볼록한 가슴, 그리고 잘록한 허리가 한 몫씩 나누어서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그렇다 할지라도 지금보다 더 통통한 여자를 미인의 기준으로 삼던 옛날에는 볼록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는 미인의 기준에 들어있지 않았을 것이니 그 시절에는 여자의 목선이 한 몫을 단단히 했을 것이다.
그래서 처녀는 댕기를 맺었고 부인은 쪽진 머리였을 것이다.
다음 신호등이 켜지자 그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 여자를 향해 똑바로 걷는 다는 기분으로 그는 건넜다.
그 때 여자는 이미 리어카 안으로 들어가서 오늘 장사할 물건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꼬챙이에 꿴 어묵을 어묵 통에 넣고 있었다. 갸름한 손목과 손가락과 손등이 눈에 들어온다.
여자의 얼굴도 몸매만큼이나 갸름했다. 그는 시원한 어묵 국물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장사 준비 중이니 어묵 국물이 끓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가 무엇인가 꺼내기 위해 다시 리어카 뒤쪽으로 몸을 구푸렸다. 다시 그의 눈에 여자의 목선이 들어온다.
그는 Y슈퍼를 생각했다. 그리고 아내가 시킨 닭을 생각했다.
아내의 심부름을 생각하는 동안 여자의 목선은 그의 뇌리에서 멀어졌다.
그가 닭 세 마리가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계산대로 가는데 이미 그의 앞에는 몇 명의 여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네 명의 여자였다. 그리고 계산원인 여자까지 다섯 명의 여자들, 문득 그의 눈이 여자들의 목선을 향했고
한 명의 머리가 긴 여자를 제외한 네 명의 여자 목선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네 명의 여자들 목선과 조금 전 보았던 포장마차 여인의 목선이 대비되었다.
확실히 자로 재보지 않아도 포장마차 여인의 목선이 더 갸름하면서 길었고 고왔다.
만일 목선으로 미인의 기준을 삼았더라면 그 여자가 최고의 점수를 받을 확률이 많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