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66
[방송 언어를 들으며]
조치원에 살면서 아들 학원까지의 20분 정도의 거리를 운전하는 동안
몇 개의 시디에서 흐르는 음악을 듣다가 때로는 방송을 듣기도 한다. 가능한 음악 방송을 들으려고 하는데,
세종 쪽의 전파 수신이 약해서인지 원하는 방송을 듣기가 쉽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잘 나오는 방송을 택하여 듣게 되고, 그런데 방송을 듣다가
도대체 어울리지 않은 내용들을 들으면서 이래서야 싶은 생각을 하고 이 글을 쓴다.
우선 그 방송에서 나오는 광고 내용인데, 어느 회사라고는 말하지 못 하지만,
0000라는 회사의 광고 내용이다. 어느 땐가 그 회사 제품의 내용물 때문에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회사에서 해명을 하면서 잦아들었던 회사이다.
내용인즉 ‘저희 회사 전속 모델인 배우 000님 000님 피디 000님은 모델료 전부를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기부하셨습니다. 저희 0000는...’ 하면서 그 회사가 그렇게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하는 것인데,
나는 그 광고를 들으면서 ‘무슨 광고를 저렇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광고 내용대로라면 기부하신 분들의 기부가 회사의 강요(?) 또는 지시(?) 아니면
원래 계약 조건이 기부(?)라는 것인지, 또 그 분들이 모델료를 받아서 선한 일을 할 때에 회사가
그분들의 모델료에 얼마를 즉, 1+1이라도 했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유한양행 같지는 않더라도.
아니. 선한 일을 위해 사업을 하는 것과 사업을 드러나게 하기 위해 선한 일을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내 생각에 그 분들은 그 회사의 모델료가 아니더라도 다른 회사의 모델료로도 충분히 선한 일을 하실
분이라고 본다. 결국 내가 이해 한 것은 그분들의 기부 행위를 그들의 회사 홍보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 기분이 별로였는데,
그러고 보니 지난 명절을 앞둔 1월 24일 모 뉴스 전문 종편 방송의 1시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고향을 찾아가는 귀경 객들에 대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산 넘고 물 넘어” 그 말은 자막으로 표시되었고,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 표시된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판단하시겠는지.
산을 넘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물을 넘는다는 말은 내 짧은 생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긴 요즘 방송국의 자막을 보면,
한글을 묘하게 비틀어 버리고, 세계가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한국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그래서 한글의 막장을 만들어 가는 방송국들,
그들이 한글 날 뉴스에서 간판에 한글 사용하지 않는다고 나쁘게 말할 수도 없게 되지 않았는가?
티브이 배경 화면에는 비가 폭포처럼 내리고 있었고, 아나운서는 ‘그곳에도 비가 많이 오지요?’라고 묻는데
현장의 기자는 말하기를 ‘비가 무척 많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같습니다.’ 도대체 배경이 보여주는 엄청난 비의 쏟아짐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분명 ‘여기, 보시는 것처럼 비가 무척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나 더, 오래 전 어느 방송국에서 뉴스를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유로에는 심심찮게 사고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하! 이게 뭔가? ‘심심찮게’
이 말은 교통사고가 심심한 것을 제거해 주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다는 말인 것이다.
요즘 방송, 정치, 뭐 곳곳에, 어쩌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문장력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분들은 얼마나 신중하게 문장을 고르고 사용하는지 생각해 볼 일인 것이다.
물론 이는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할 필요부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공개적인 장소에서 공적인 말을 그렇게 쉽게, 아무렇게나 하는지 원! 씁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