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67
[시장 통 이발관]
조치원으로 이사 온 지 다섯 달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의 어느 날
많이 자란 머리를 자르기 위해 이발소를 찾았다. 그러고 보니 오산에 살 때는 한 달에 한 번 수원
역전 시장의 2층에 있는 오래 된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고 육교 밑의 알라딘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길 건너 순댓국집에서 밥과 술을 마시는 것이 그 날 하루의 일정일 때가 있었는데,
작년 12월에는 서울 모임 가는 길에 수원에 들러서 이발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알라딘 서점과 순댓국집에도 들렀는데, 올 초부터 코로나19가 서울 나들이의 길을 막아 버렸고,
따라서 수원으로 이발을 하러 가기가 부담이 되었기에, 머리를 자르지 않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가까운 곳의 이발소를 갔다. 남성 커트 전문이라는 곳으로,
하지만 이발을 하고 나오면서 후회(?)를 했다.
오 분 정도나 걸렸을 이발 시간, 머리를 감으면 추가 되는 비용,
그것도 그랬지만 내가 생각하던 이발소와는 그 느낌이나 과정이 마음에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어릴 적의 이발관을 닮은 이발소, 오산에서 굳이 수원으로 갔던 이유도 바로 그런 때문인데,
수원을 갈 기회가 있기를 기다리다 보니 벌써 4월의 막바지에 이르렀고,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불편해 진다. 그래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조치원 역을 지나치면서 역 가까이에 보이는 이발소, 밖에 수건을 널어 말리는 모습이 보이고,
걸음을 그곳으로 옮기다가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떠오른다.
보통 역 주변에 있는 식당이나 이발소, 또는 숙박시설들은 스쳐 지나가는 객을 위한 시설이기에
대부분 일회성이라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 때문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골목골목 찾기 시작했는데, 시장 아랫골목에 보이는 이발소 한 곳,
문을 열어보니 손님이 세 명 정도 대기 중인데, 내 눈에 들어온 장면이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오래 되 보이는 이발 의자 두 개가 있었고, 이발사의 나이가 내 또래로 보이고,
오래된 티브이가 소리를 내고 있는, 수원의 이발소와 비슷한 것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머리를 맡겼다. 이발사의 솜씨가 몸이 익숙한 방식이다. 편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면도였다.
그러고 보니 사십 대 이후에는 이발소에서 면도를 한 기억이 없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면도와 세발을 하고 나가기 때문인데,
오늘은 씻지도 않고 나갔기에 면도까지 하게 된 것이다.
비누거품을 면도 부분에 바른다. 그리고 따뜻한 수건으로 코 밑을 덮는다.
내 나이 삼십 대에는 그렇게 한 후에 여자 면도사가 간단한 안마를 해 준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면도를 하는 동안 슬그머니 잠이 찾아온다. 하지만 잠간 끝나는 면도, 그리고 세발,
아들로 보이는 젊은이가 머리를 감아준다. 미용실은 뒤로 눕게 하고 하지만 이발소는 머리를 숙인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부터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용실이라는 등식이 깨어진지 그리 오래 된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은 남자들도 미용실을 이용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발소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곳 조치원은 이발소가 더러 보인다. 아직 시골스러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까?
하긴 이발을 하는 동안 기다리는 손님들의 대화는 고향의 이발소를 생각하게 하는 기분이 든다.
이발을 하는 동안 순댓국집을 물었다.
이발사는 “이 주변에 여러 곳이 있는데, 이곳 순대는 공장 생산이 아니고 식당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맛이 다르고, 따라서 어디가 좋은지 소개하기가 쉽지 않다.” 하면서 몇 곳을 다녀보라고 권한다.
이제부터 시간 있을 때 순댓국집을 돌아볼 생각이다. 2020년 10월, 지금은 단골 이발소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