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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68/ [아내의 병원]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10.20|조회수9 목록 댓글 0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68

 

* 이 글은 지난 5월 이후에 기록한 글로써 현재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혹 읽으시는 분 중에 현재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 같아서입니다.

 

[아내의 병원]

지난 510일 밤, 그러니까 511일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시간,

서재에서 늦게 잠자리에 든 나는(나는 대부분 1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드는 편이고,

아내는 오후 9시 넘으면 잠자리에 드는 편이다) 어설픈 잠으로 빠져 들어가는데 화장실에서 거친 소리가

들린다. 아내가 음식물을 토하는 소리였다. 깜짝 놀란 내가 일어나 쫓아가보니,

아내는 변기에 얼굴을 숙인 채 토하고 있었다. 놀라서 쫓아가 등을 두드려 준다.

얼마 후 고개를 든 아내는 일어서지를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서 안방으로 들어가 축 늘어진다.

 

혹 이석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아내는 이석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증상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급한 마음에 119를 호출했다. 그리고 십여 분 후 119대원들이 들어와 상황을 묻고 바로 병원으로

이송한다. 청주의 종합 병원이다. 앰블런스에서도 아내는 힘들어 했다.

조금씩 음식물을 토했고, 몸을 가누지 못한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1시 경, 응급실에 들어가니 간호사와 의사가 1차 문진을 한다.

아마 전공의 정도 직책의 의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제법 연세가 있는 의사가 와서 다시 문진을 하면서 MRI촬영을 해 보아야 확실한 것을 알 수

있겠다고 말하더니 곧 촬영을 하도록 지시한다. 물론 그 전에 엑스레이 등 몇 가지 검사를 했다.

 

아내를 촬영실로 보내는데 곁의 한 보호자가 나를 보고 말한다. “마스크를 왜 안 쓰세요?” 그랬다,

나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마스크를 구입할 곳도 없었고,

응급실에도 예비 마스크는 없었다. 작은 아들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가 응급실로 입원을 했고,

올 때 마스크를 가지고 오라고.

 

아내가 촬영을 마치고 응급실로 돌아올 쯤 아들이 며느리와 쫓아왔다. 놀란 표정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마스크를 건네받으며 대충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작은 아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세종에서. 보나마나 과속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벌금 안내장이 날아올지도 모른다.

 

잠시 후 의사가 설명을 한다. 왼쪽 귀 안 쪽으로 염증 증상이 보이는데,

일단 입원을 해서 경과를 보아야 하며, 2-3 주 정도의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는 소견이었다.

입원 수속을 받는데 명패를 하나 준다. 보호자 외에는 병실에 올라갈 수 없으며,

그 명패를 찬 사람만 가능하므로 가족 모두가 올라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준 현실이다.

 

다행히 시간도 그렇거니와 입원 당일이니 가족이 함께 올라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함께 병실로 올라가서

아내의 입원을 살펴본다. 그리고 간병인이 필요할 것인가를 의논하는데, 그 순간에도 아내는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일단 급하지 않으니 내일 몸 상태를 보고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내일 필요한 것을 갖다 달라고 말한다. 세면에 관한 것들, 병원에서 수저를 개인적으로

준비하라고 한다. 역시 코로나 사태 때문이다.

 

아들의 차를 타고 조치원 집으로 오면서 생각한다.

조치원에는 아직 응급실이 준비된 병원이 없다는 것이 조금 염려스럽다.

청주가 아니면 대전으로 가야 한다는 119 대원의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올 여름이면 세종 시에 충남 대 병원이 개원하게 된다는 아들의 말이 염려를 거둔다.

 

아들은 아버지의 생활을 걱정한다. 하지만 내 나이 정도 되면 생활하는 것은 겁나지 않는다.

다만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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