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69
* 이 글은 지난 5월 이후에 기록한 글로써 현재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혹 읽으시는 분 중에 현재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 같아서입니다.
* 글의 연재를 위해 이 내용의 글은 앞으로 5회 매일 올려 드립니다.
[아내의 병원 2]
다음 날 오전, 아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챙겨 병원으로 갔다.
수액을 꽂고 누워있는 아내, 가지고 간 것들을 챙겨 놓고 병원에 같이 있어줄까 물으니 그러지 말라고 한다.
여성들 병실에 남자가 있는 것도 불편하고, 특히 내가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간병인을 말하니 그러지 말라고 한다.
어지럽기는 하지만 하루에 한두 번 화장실을 갈 때 주변 사람들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한다.
하긴 내 생활이 그렇다.
월-금 아들의 학원 일을 도와주기 때문에 오전에 시간이 있을 뿐
그 후에는 밤 열시 반이나 되어야 시간이 되기 때문에 곁에 있어 준다고 해야 겨우 잠이나 잘 뿐이다.
그러면서 집에 있는 반찬 몇 가지를 부탁한다. 병원의 식사가 입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집에 와서 몇 가지의 반찬을 챙겨 병원에 갖다 주고 바로 세종의 아들 학원으로 갔다.
입원 며칠이 지난 후 아내가 속이 허전하다고 한다.
좀체 무엇을 먹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무엇을 먹자고 말하면 그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라고 하는 편이고. 고기보다는 야채를 즐기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해 보였다.
동네에서 통닭을 튀겨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청주에서 구입해도 될 것을 굳이 이 곳의 것을 먹고 싶단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와서 먹어본 옛날 통닭이 먹고 싶다는 것이다. 토요일 통닭 두 마리를 튀겨서 가지고 갔다.
문제는 그 병원의 휴게실이 변변치 않다는 것이다.
지은 지 오래 된 병원이라서 그런지 현대식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병실에서 먹을 수는 없는 일.
병원 밖, 주차장 주변에 나무 의자가 여러 개 놓여있다.
그곳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아내의 걸음이 조금 휘청거린다. 아직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은 아내는 통닭을 먹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맛있게 먹는 것은 처음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나와 둘이 먹을 때도 한 마리면 충분히 먹고(나는 통닭 튀김은 안주 정도 외에는 먹지 않는 편이다.)
남는 편인데 그 날은 혼자 한 마리를 넘게 먹는다. 무척이나 속이 허했던 모양이다.
그러고 다시 일 주일, 조금 나아졌다고 말하는 아내, 마침 평택에 사는 친구 부부가 병문안을 오겠다고 한다.
병실에 올라 갈 수 없다고 하니 밖에서라도 잠시 보고 가야겠다는 그 부부의 고집에 져준다.
오후에 그들이 왔고, 우리는 병원 밖의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그 날은 아내가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어지럽기는 하지만 조심해서 걸으면 괜찮다고,
한 참 대화를 나누던 중 아내가 말한다. 속이 허하다고, 친구가 무엇을 먹고 싶으냐? 물으니 백숙을 말한다.
그러자 친구는 폰을 열고 가까운 식당을 찾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식당, 아내에게 외출 신청을 하라고 했는데, 외출이 안 된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그렇다고 하니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친구가 식당으로 전화를 한다.
포장이 가능한지를 묻더니 부부가 함께 일어선다.
누룽지 오리 백숙, 역시 아내의 몫이 제일 많다. 아니 정말 맛있게 먹는다. 혼자 반은 먹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남은 것을 병실로 가지고 간다. 렌지에 데우면 된다고 하면서,
그렇게 생활하기를 19일(5월 28일) 병원에서 퇴원하라고 한다.
아마 종합 병원은 특별한 환자가 아닌 한 오래 입원시키지 않는 것 같았다.
한 달 치 약을 조제해 주면서 통원치료를 받으라고 한다.
아들이 차를 가지고 와서 병원비 계산을 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나마 조금 좋아졌다는 것이 작은 만족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