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71
* 이 글은 지난 5월 이후에 기록한 글로써 현재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혹 읽으시는 분 중에 현재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 같아서입니다.
[아내의 병원 4]
메니에르 병과 같은 현상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아내는 그 네 가지 현상을 다 보이고 있었다.
우선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였다.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으나 식사 조절 등을 통해서 완화 시킬 수 있는 병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누가 말하기를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그러고 보니 청주의 병원이 오진을 한 것인가? 싶다.
하지만 이 증상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문을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를 한다.
그러나 청주 병원에서는 귓속 염증이라고 하고, 안산에서는 메니에르 병이라고 하는데,
내 판단도 메니에르 병이라는 확신이 있는 것을 보니 안산으로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며칠은 왼쪽 귀가 안 들린다고 하더니 그 말도 쏙 들어갔다. 반찬에 대한 불평도 없다.
내 시집 몇 권을 보냈더니 원장으로부터 몇 사람에게 건네주었다고 한다.
다들 고맙게 받더라는 말을 전해준다. 그러더니 병원에 올 때 몇 권을 더 갖다 달라고 한다.
아마 ‘나는 이런 남편과 사는 사람이야!’라는 위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6월 6일 서울의 모임이 있어 일찍 올라갔다.
낮에 점심을 아내와 약속을 하고, 병실에 올라오지 말라고 한다.
그 코로나가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병원으로 올라가면 원장과 인사도 나누고, 잠시 시간을 내서 족 욕도 할 수 있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내를 병원 일층에서 만난다. 외출은 역시 이곳도 금지라고 한다.
하지만 근처에 운동하러 나가는 것은 막지 않는다고 하니,
근처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내의 걸음걸이가 씩씩해 졌다. 그만큼 치료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인의 본질적 질병의 치료는 한방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급한 질병이나 수술을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한방은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 때문이고
한국인의 체질에 잘 맡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름 판단을 해 본다.
아내는 몸이 안정되니 또 다른 욕심을 부린다.
바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래포구에서 새우젓을 사는 문제이다.
오산에 사는 동안 매년 소래에서 새우젓을 샀었다. 일 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을 사다가 집에 몇 년
묵혀놓은 천일염으로 다시 손을 보아 보관해 두고 먹었는데,
조치원으로 이사 온 후 그럴 욕심을 부릴 수가 없었던 것을,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소래에 들렀다
올 것이라고 하면서 은근히 내가 함께 가 주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여자, 아니 가정주부에게는 그런 DNA가 있는 것인지,
자신의 몸이 아파도 가정과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그 우직스런 고집 말이다.
내가 반대를 해도 아내의 고집은 기어이 하고 말 것이기에, 그렇게 하라고 대답을 해 준다.
그리고 차를 가지고 오겠다고 말하니 그러지 말란다.
하긴 전철은 무료이고, 열차도 할인이 되니 몇 천원이면 될 것을 굳이 피곤하게 운전하면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집이 조치원 역과 가깝다는 것이 이럴 때에는 참 좋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내와 헤어져서 서울의 모임에 간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사당동에서 금정으로, 금정에서 수원으로 그리고 수원에서 열차를 예매하고.....
여기서 나는 다시 느림이 주는 유익을 만나게 된다. 그 이야기는 이 글이 끝난 후에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