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72/ [아내의 병에 대한 결론]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10.24|조회수14 목록 댓글 2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72

 

* 이 글은 지난 5월 이후에 기록한 글로써 현재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혹 읽으시는 분 중에 현재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 같아서입니다.

 

[아내의 병에 대한 결론]

병원에서 판단한 아내의 병명은 메니에르 병이라고 했지만 청주의 병원에서 진단한 것과는 그 내용이

어딘가 다른 부분이 있었다. 같은 질병에 다른 판단이 내려지고 있다는 것이 작은 아들이 걱정이 되는지

서울 대 병원에 예약을 해 놓았다고 한다.

 

아내가 안산의 병원에서 치료와 휴식을 겸한 일정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서울 대 병원의 예약 날짜까지는 집에서 기다려야 한다. 거의 두 달 가까이 집에 있는 동안 아내는

무척 힘들어 한다. 앉았다가 일어서려면 어지러워서 몸이 휘청거리고, 왼쪽 귀가 들리지 않으니 대화하기도

힘들어 진다.

 

내가 아내의 왼쪽 편에 앉아서 무엇이라 말을 건네면 아내는 귀 속이 웅웅거리며 어지럽다고 한다.

차를 타면 대화가 중단되기 일쑤다. 운전석이 아내의 왼쪽이니 당연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곧 알아들을 말을 뭐라고?” 하며 되묻고, 조금 더 크게 말하면 귀가 흔들리고 머리가

어지럽다고 한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서울 대 병원으로 가는 날,

아들이 그 날의 일정을 포기하고 아내를 데리러 집에 왔다. 아내는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역이 바로 앞에 있으니 서울 역, 그리고 서울 역에서 전철로 혜화 역으로 가면 된다고,

그 말에는 아들의 경비를 조금이라도 아껴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이 보인다.

아내는 열차도 할인 받고, 전철은 무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의 생각은 다르다.

어머니가 조금 움직여도 휘청거리며 흔들리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아들의 차로 오송 역에 가서 KtX로 서울 역, 그리고 서울 역에서 전철로 가기로 한 것이다.

 

아들 말로는 자신의 차로 편하게 모시고 다녀오려고 했지만 그것은 내가 말렸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서울 시내에서의 차량 통행의 불편 때문이다. 서울 대 병원은 혜화 역 주변에 있다.

따라서 승용차가 가려면 서울시의 반 정도의 거리를 운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예약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오고가고 운전하는 아들 역시 몹시 피곤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 종일 마음을 쓰면서 아내와 아들을 기다렸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저녁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온 아내와 아들, 표정을 보니 그리 편해 보이지 않는다.

그 표정에 마음이 내려앉는다. 그러더라도 그 결과를 듣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아들이 말한다.

돌발성 난청이라고, 이 병은 귀의 신경이 뇌로 전달하는 체계가 고장 난 것으로서 초기에 치료를

시작했으면 일부 치료가 가능했겠지만 이미 늦어서 치료 불가능하다고, 그러나 혹시 모르니 얼마간 치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그 후 두 달의 기간 동안 아내는 몇 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그 치료가 끝난 후 병원에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말은 왼쪽 청각은 완전하게 상실되었으며 이제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계속 왼쪽 귀 속에 무엇인가 들어있어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는데,

 

의사는 또 말하기를 2천만 원 정도를 들여 귀 속에 이어폰 기능이 있는 전자 기계를 삽입하면 듣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아내는 포기하고 만다. 이 나이에 그 돈 들여서 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물론 수술하고 보험을 청구하면 돈 들일 일은 없지만,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지금은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전화를 오른쪽 귀에 대면서 말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嘉南 임애월 | 작성시간 20.10.24 에구~~~
    많이 힘드시겠네요....

    사는 동안 가장 큰 복은
    그저 건강한 삶인 것 같습니다.
    모두모두 내내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 답댓글 작성자고정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26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는 듯 보인답니다.
    물론 본인은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을 몸으로 견디는 것이겠지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