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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75/ [택배 노동자 2]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11.05|조회수16 목록 댓글 0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75

 

 

[택배 노동자 2]

택배 기사의 사진 찍기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니 한 번 더 이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한다.

다행하게도 어제, 모 택배 회사에서는 기사들의 근무 시간도 줄이고 분류 직원의 수를 천 명 늘리고

자동화 기계도 더 설치하겠다고 하는 뉴스를 들으며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회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 본다.

 

지난 1022일 엘리베이터에서 현관 앞에 물건을 놓고 사진을 찍는 기사와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 오늘, 늦은 시간인 밤 10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40대 남자가 손수레를 끌고 나오며 핸드폰을 작동하고 있는데 상의를 보니 모 택배 회사의 로고가 있는

옷이었다.

 

문득 곁을 지나가는 사내를 보며 저녁이나 먹었을까?’ ‘지금 집에 가면 샤워는 귀찮겠고,

발은 씻고 침대에 벌러덩 눕겠지? 그리고 몇 시간 자고 새벽같이 출근하겠지.’

아이들하고 대화는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아이들이 아빠의 얼굴을 잘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동안의 택배 기사들에 대한 나름의 기억을 되살려 보았는데,

 

처음 택배기사라는 직업이 생겼을 때는 우선 전화가 왔다.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들이 현관에 와서 벨을 누르거나 노크를 하고, 문을 열면 확인을 하고 건네주고 갔다.

어떤 경우에는 확인 서명까지 받았다는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다가 문자로 택배가 오늘 도착한다는 내용이 오고. 지금은 문 밖에 두었다는 문자가 오는 것으로 대면은

하지 않는다. 물론 코로나의 상황이 이렇게 만들었지만,

 

그 후 오산에서 보았던 기사는 손수레에 아파트 같은 라인에 전해 줄 물건을 순서대로 쌓아서 맨 위층부터

놓고 가는 것을 보았다. 엘리베이터가 서고, 문이 열리면 재빨리 물건을 현관 앞에 두면서 노크를 해 주고,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전에 올라탄다. 그렇게 해서 한 번 올라가서 내려오는 길에 그 라인의

택배를 전부 해결했던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 본 것은 사진을 찍는 것이었으니,

이제는 한 라인을 한 번에 다 전달 하기는 틀려버렸을 것이다.

물건을 현관 앞에 두고 사진을 찍는 시간을 엘리베이터는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들의 배달 시간은 늘어질 것이고, 그만큼 근무 시간은 배가 될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택배 기사가 물류 구분 작업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쏟는 시간 만큼의 소득도 없이 말이다.

오래 전 용돈 벌이로 택배를 해 볼까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것도 자유직업 중 하나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근무 시간은 자유롭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눈치 보지 않고,

내 할 것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었는데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알게 된 것이다.

 

하긴 내가 경험한 자유직업 중 제일 자유로웠던 것은 대리기사였다.

출근도 퇴근도 마음대로였고, 나는 용돈 정도의 수입만 있으면 충분했기 때문일 뿐 아니라 글의 소재를

찾는 즐거움도 얻었기 때문인데, 그 결실이 장편 소설 소설 인계동으로 맺었던 것이다.

내용은 대리 기사와 야간 업소 종업원과의.... 그렇다고 애정 소설이거나 그런 것인 아니지만,

 

바라기는 상황이 벌어진 후 그 대책이라는 것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대책이면 하는 바람이다.

가능한 힘들고 어렵게 생활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으로면 더 좋겠다.

더불어 생존 현장에서 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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