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79
[을지로의 노가리 골목]
서울에서 지인을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은 코로나19가 우리 모두에게 주는 일종의 형벌일 것이다.
코로나가 잠잠해 지기까지의 기다림은 지루했고,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중단할 수도 없는 문제들이 있기에
미루고 미루던 만남을 오늘에야 하게 된 것이다.
반갑게 만난 우리는(나의 필요에 의해서였고 토요일 오후의 시간을 내게 나누어 준 지인의 배려가 고마운
날이다.) 잠간의 시간동안 내가 생각하던 것들을 해결하고 나니 오후 5시가 가까운 시간,
식사를 하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지인이 막걸리를 제안한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는데, 내가 술을 즐기니 서울까지 온 나를 그냥 보내기는 서운했을 것이다.
그의 제안에 나는 생맥주를 찾았다. 오늘처럼 더운 날의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은 갈증을 해결 할 뿐 아니라
적당한 알코올이 몸을 즐겁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말에 곧 답을 한다. 을지로로 가자고,
을지로 3가와 4가 사이의 안 골목, 그는 내게 설명을 해 준다. 유명한 노가리 골목이라고,
그곳까지 가는 동안 나의 궁금증은 내 마음을 기대치로 이끌었고,
나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것 때문에 그를 따라 나서면서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그런 유명한 골목들이 있다.
서울에는 종로의 낙지 골목, 왕십리의 곱창 골목, 을지로의 골뱅이 골목 등이 있고,
남대문에도 칼국수 골목, 갈치조림 골목이 있다. 아! 광장시장의 녹두전, 마약 김밥과 육회 골목도 유명하다.
그를 따라 간 곳에는 골목을 끼고 대여섯 주점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할 때 주점의 종업원들이 밖으로 탁자와 의자를 설치하고 있다.
그 중 한 곳에 들어서는데 코로나는 우리의 개인정보를 드러내기를 요구한다.
생전 처음 폰으로 앱을 설치하고 정보를 입력하고 나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인은 술을 마시지 않는데, 생맥주 두 잔에 노가리 한 마리가 기본이라고 한다.
나는 한 잔과 다시 한 잔을 마시기로 하고 지인은 음료를 시킨다.
첫 잔, 시원하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맥주의 맛은 그 잔을 한 번에 다 마실 수 있었지만 반 쯤 마시고
내려놓는다. 그것이 내가 지인에게 보여주는 작은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맥주 석 잔을 마셨고, 안주로는 기본안주인 노가리 외에 쥐포를 추가했는데,
쥐포의 양이 한 마리 정도였다. 얼마나 비용이 들었을까?
듣기로는 맥주 한 잔에 3,500원 노가리가 1,000원이라니 기본 가격이 8,000원이다.
쥐포 가격을 모르지만 예상으로는 그것도 1,000원 정도가 아닐까 해 보면서,
그렇다면 맥주 석 잔에 10,500원 음료 2,000원 안주 2,000원, 총 14,500원이다.
싸다. 다른 곳에서는 안주 가격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확한 비용은 아니다.
내가 계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어설 때 그 골목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있었다.
눈대중으로는 200여명이 넘을 것 같았는데, 토요일 오후에 이렇게 손님이 많다는 것은 휴일임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며, 그것도 대부분 직장인일 것이다.
헤어지는 시간, 서로의 길로 돌아서는데 손을 흔들어 주는 지인의 모습이 고맙다.
아니 내가 골목을 꺾으며 뒤돌아보니 그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다시 손을 흔들어 준다.
고마운 하루였다. (2020.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