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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81/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12.30|조회수12 목록 댓글 2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81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

광명의 모임과 서울의 약속이 있어 조치원 역으로 나갔다. 늘 미리 승차권 예매를 하지만 시간보다 2-30분 정도

일찍 나가서 기다리는 편이다. 여유롭게 라는 이유도 있지만 역내 매점에서는 살 수 없는 신문을 역 광장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사고 시간 전에 담배를 한 가피 피우기 위해서이기도 한데, 늘 서두르는 것 보다는 여유로움이 느림이

라는 것과 함께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문을 사는 이유, 글쎄? 습관적이기도 하지만 40대 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책을 읽기 위해 늘 들고 다녔었다.

많은 승객들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에서 멀쩡한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도 그랬고,

눈을 감지 않으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때로는 난감하게 여겨질 때도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술을 즐기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책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로 책은 포기하고 대용으로 신문을 사서 읽는 것이다.

 

요즘은 열차를 타기 전에 나오는 안내 방송에서 마스크에 대한 안내는 필수이다.

오늘 역시 마스크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문득 라디오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예전에는 집에서 나오면서 아차! 싶은 것은 대부분 차키였는데, 지금은 마스크도 아차! 의 순위에 들어있다는

말이었고, 그래서 현관, 차 안에 예비용으로 비치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긴 나도 여러 번 마스크 때문에 아차! 했었으니......

 

신문은 읽는 만큼 읽는 것으로 끝을 내는 편이지만 그래도 읽은 지면을 버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재활용 때문이다.

그저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뒷주머니에 넣고 집에 오면, 적어도 한 번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야채를 다듬을 때라거나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같은 경우이다. 나는 이것을 궁상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긴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입을 닦을 때에도 꼭 필요한 양 만큼의 휴지를 사용하는 것이 습관 되어 있는 것처럼,

‘내’ 가 아닌 ‘우리’라는 입장에서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자는 개인적인 주장 때문인 것이다.

 

재활용!

그랬다, 40대 까지는 2개월에 한 번씩 헌혈을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인가 헌혈을 했는데 연락이 왔다.

헌혈을 중단하고 검사를 받으라는, 그 후에 내 피가 재활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았고, 중단을 했고,

물론 지금 검사를 받는다면 헌혈이 가능하겠지만, 이제 나이도 있기도 하고 다시 헌혈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30대 초반에 마포에 있는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가서 볼펜으로 장기기증을 했다.

사후 재활용이 가능한 모든 장기를 기증했는데, 서류 간소화와 전산화 때문에 기록이 삭제되지 않았을까

궁금했었지만 몇 년 전 장기기증 자로 등록이 되어있는 것을 면허증에서 확인했고, 나름 작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오래 전, 아내와 아들들 앞에서 사후 시신기증을 의논하다가 반대에 부딪쳤다.

거기까지는 동의할 수 없다는 가족들의 반대, 결국 그 자리에서는 포기했지만 아직 그 결심까지 포기하지 않았는데,

유언으로 남길까 하고 있던 중 어느 지인이 ‘그러지 말고 병원으로 가서 등록’을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방의 대학병원이 어떨까 하는 중이다.

그 이유는 지방의 의료 수준도 수도권에 비해 떨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의견이기 때문인데,

이 또한 ‘나’가 아닌 ‘우리’라는 넓은 의미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을까?

 

남길 수밖에 없다면, 그래서 버려야 하고 썩어질 수밖에 없다면, 그 이전에 다시 한 번이라도 재활용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도 절약의 한 방법일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우리’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2020. 12. 1.)

 

*여행은 1. 시간 있을 때 떠나라. 2.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3.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면 만 원으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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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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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嘉南 임애월 | 작성시간 20.12.30 장기 기증...
    훌륭하십니다~~~
  • 답댓글 작성자고정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2.31 고맙습니다. 한 해동안 수고 많으셨고,
    신축년에도 수고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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