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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단편 소설 : 어떤 관계 3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1.03.11|조회수11 목록 댓글 0

어떤 관계 3

 

2

“저녁식사는 잘 하셨습니까?”

콘도의 세미나 실에 모여 있는 백여 명의 젊은 남녀는 예! 라고 우렁찬 대답을 한 목소리로 내고 있었다.

그들의 힘찬 대답은 자신감에 찬 신입사원들의 용기 있는 모습일 수 있었으며 미래를 책임져 줄 회사에

대한 신뢰감의 표현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자신이 근무할 부서를 안내해드리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기 전에 여러분이 앉아있는 곳의

뒤편에는 여러분이 근무할 부서의 명패가 붙어있는 곳이 있는데 그 자리에는 여러분의 업무를 도와줄 과의

과장님들이 앉아 계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씩 호명을 하면 자신이 근무할 부서로 찾아가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부서 배치 후 알려드릴 공지 사항을 지금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부서 배치가 끝나면 그 시간

부터 내일 아침 점호시간까지는 자유시간입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자유시간이 아니라 각 부서별 자유시간

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각 부서의 과장님의 지도에 따라 활동하시면 될 것입니다.”

백여 명의 젊은이들은 환호했다. 이박 삼일의 회사 오리엔테이션은 빡빡한 일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상당히 부드럽게 진행되었으며 먹는 것과 자는 것과 회식까지 처음 사회에 발을 딛는 젊은이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자신의 미래와 회사를 연결시키도록 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행사였는데

마지막 날 저녁 시간도 결국은 배치 받는 부서 과장과의 첫 대면이면서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

라는 기대감이 그런 환호를 이끌어 내었던 것이다.

“강 찬식씨! 남궁 명석씨! 표 인애씨!”

세 사람의 이름이 호명되자 세 사람은 동시에 큰 소리로 예! 하고 대답하며 일어섰다.

“세 분은 뒤쪽으로 오른편에 있는 홍보 부입니다. 그리로 가세요.”

 

그들이 여자의 뒤를 따라 간 곳은 소나무 밭이었다. 과장이라는 여자가 들려고 하던 짐 꾸러미는 두 남자의 몫이

되었고 여자는 돗자리 하나를 들고 앞서서 걸었다. 이미 소나무 밭 그늘에 자리를 편 여러 팀이 군데군데 모여

있었다.

그녀가 돗자리를 펴자 그는 재빠르게 반대편 자락을 잡고 펴는데 도움을 주었고 그 사이 여자 신입이 꾸러미를

풀었다. 꾸러미 안에는 통닭과 생맥주와 소주 그리고 과일과 과자봉지가 몇 개 있었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곧 그들을 인솔한 여자가 인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홍보 부 천 현애과장입니다. 어느 분이 강 찬식씨지요?”

그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아! 예. 그럼 그 옆에 분이 남궁 명석씨고 그리고 표 인애씨, 반가와요. 앞으로 함께 잘 해 보도록 해요.”

하더니 각자의 앞에 놓인 잔에 맥주 한 잔 씩 따라준다.

 

그가 그녀를 만난 것이 그 때였으니 벌써 삼년. 그 첫날의 만남에서 그녀는 그에게 물었었다.

‘나이가 다른 분들보다 많으시네요?’

그는 학군단을 거쳐 전방에서 장교로 근무하느라 다른 일반 병들 보다 근무기간이 길었다고 대답했었다.

그는 그녀의 나이가 자신과 같다는 것을 안 것은 그녀와의 첫 밤을 함께 보낸 날이었다.

그는 당연히 그녀의 나이가 자신보다 한두 살 더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녀는 회사에서

승진이 무척이나 빠른 경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6년 만에 과장이 되었으니 말이다.

아! 그가 그녀와 가까워 진 것은 이년 정도이다. 그러니까 이년 전에 그녀와 첫 밤을 보낸 것이다.

아마 일 년의 기간 동안 그녀가 그를 요모조모 살펴보았을 것이고, 그보다는 그녀가 먼저 그에게 손을 내 밀었

으니 어찌 보면 당돌한 경우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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