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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단편 소설 : 어떤 관계 4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1.03.12|조회수9 목록 댓글 0

어떤 관계 4

 

 

그가 왜 자신을 좋아하느냐? 고 물었을 때에 그녀는 그냥 웃었다.

그가 두 번째 물었을 때에야 어떤 흔적 때문이라는 다소 애매한 대답을 했을 뿐이었고,

그녀는 그에게 몇 가지의 주의사항을 말하는 것으로 관계를 설정한 것이다.

첫째 일반적인 전화 통화를 하지 말 것, 즉 업무에 관한 것 외에는 전화는 금지할 것.

둘째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서 질문하거나 알려고 하지 말 것,

셋째 자신의 일정에 변화를 주지 말 것, 즉 자신을 만나고 싶다고 먼저 손 내밀지 말 것. 따라서 그들의 만남은

언제나 그녀가 보낸 문자를 통해서 그녀가 정해주는 장소에 그녀가 정한 시간에 만나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그가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말을 했었다. 그 때 그녀는 답변을 주지 않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는 그녀에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는데 어제 갑자기 사직을 했다는 것이다.

 

그가 휴게실에서 그녀의 전화번호가 바뀐 것을 알고 식어버린 커피 잔을 들어 마시려는데 그의 곁 의자에

표 대리가 와서 앉으며

“강 대리님! 무슨 일 있으세요?”

하고 묻는다. 그녀는 언제나 같은 입사 동기라도 남궁대리에게는 반말을 하면서도 그에게는 경어를 쓴다.

나이가 그들보다 세 살이나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대충 얼버무리기 위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아닙니다. 길이 막혀서 출근 시간이 늦는 바람에, 커피 생각이 나서”

“그러세요?”

그는 표 대리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가 아는 표 대리의 표정은 언제나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업무적인 성격이기도

했지만 대화 중에 웃음이 일어도 입 꼬리만 살짝 치켜질 뿐 다른 사람처럼 소리 내어 웃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표 대리의 얼굴은 늘 같은 표정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표정은 조금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하지만 그는 표 대리의 표정이 평상시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잠시 했을 뿐 그의 뇌리에는 그녀에 관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오늘 퇴근하는 대로 그녀와 늘 만나던 커피숍에 가볼 생각이다.

물론 그녀가 그곳에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의 흔적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강 대리님!”

그가 그녀를 생각하느라 표 대리가 옆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는데 그래서였는지 표 대리의 목소리의 톤이 높아져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며

“어! 어! 표 대리 왜요?”

“오늘 바쁘세요?”

하고 묻는다.

“아! 예! 오늘 바쁘네요. 왜요?”

“아니, 그냥 퇴근하고 생맥주라도 한 잔 하자고, 드리고 싶은 말도 있고요.”

“아! 그래요? 하지만 오늘 뿐 아니라 당분간 퇴근 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그가 이렇게 말하며 표 대리의 얼굴을 보는데 표 대리의 표정에 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뭔가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또는 뭘 그런 일 가지고 그러느냐? 하는 것 같은, 또는 자신에게 말하면 다 알려

줄 수 있다는 것 같은 표정이라고 해야 할지. 그는 표 대리의 표정을 보면서 정말 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표 대리의 표정에도 저런 표정이 나오는가? 하는 생각과 분명 그녀와의 관계를 표 대리는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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