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06
[이박 삼일 여행기 9]
3 닭 코스 요리
광주의 지인께서 고민을 많이 하신 모양이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음식을 즐기는지를 몇
번이나 물었다고 한다. 그 때마다 아내는 ‘저희는 무엇이나 잘 먹는다.’라고 답을 주었다는데,
말처럼 나는 무엇이나 잘 먹는다. 내 입이 맞지 않아도 ‘이 곳의 이 음식은 이런 맛이구나!’ 하는
느낌으로 먹는 것이다.
그 부부를 만났을 때,(두 분은 나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남편분이 안내를 자청하셨다. 아마도
부인께서 내 자랑을 꽤나 해 놓으셨는지 편안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해 주신다.
그리고 안내한 곳이 닭 코스 요리 집, 내게 닭을 즐기냐? 고 물으시고 소개하는 음식은 닭 코스
라는 것이다. 처음 그 말을 들으면서 조금 놀랐다. 백숙이라거나 삼계탕이라거나 감자탕 또는 찜
같은 음식은 먹어 보았지만 닭으로 내는 코스 요리라니!
코스 요리로는 한정식을 먹어 보았다. 그저 한 점씩만 먹어도 나오는 모든 요리를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의 한정식 코스요리, 중국 식당에서의 코스 요리도 먹어 보았다. 그저 상 중 하 중 선택하면
그 부분에 맞게 내는 요리 코스 말이다. 그리고는 그저 대체적으로 여러 가지 음식이라면 생선초밥
으로 40여 가지를 내는 음식이거나 뷔페 음식이 코스 요리의 경험인데,
두 부부가 함께 식당에 들어서니 미리 예약을 해 놓았는지 음식은 곧 우리 앞에 펼쳐지는데, 가장 먼
저 나온 것이 닭 가슴살로 만든 회였다. 나는 회를 무척이나 즐긴다. 더불어 생선초밥도 즐기는 편인
데, 조치원에 이사 와서도 가장 먼저 찾은 식당이 횟집일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러데 닭 가슴살로 만든 회라니...... 남편이 소개를 한다. “이집 닭은 토종닭이고 방생하는 닭이다.
그리고 예약을 하면 그 때 잡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신선하다.”
양은 식당의 밥그릇으로 한 공기 정도였는데, 한 입 먹어보니 새로운 맛이고 즐거운 맛이다. 결국 그
회는 나의 술안주가 되었고 아내가 한 점 먹었을 뿐, 그리고 나머지는 내가 다 먹었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가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되었다. 다행히 내 기억에 그 식당가는 길이 기록되었으니.
상무지역 000아파트에서 오 분 거리에 있는.....
다음에 나온 음식이 닭 강정, 역시 새로운 맛이기는 했지만 닭 냄새가 조금 나는 것 때문에 세 번째 젓
가락은 대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즐거움은 아직도 나를 기분 좋게 해 주고 있다.
그 다음에 백숙인데 가슴살을 제외한 나머지로 내는 백숙이지만 닭의 크기가 있어서인지 어느 정도 먹었
을 때 배가 부르기 시작한다. 닭다리의 길이가 우리가 흔히 먹는 닭의 배는 된다고 느껴지는 크기의 닭.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음식이 죽이다.
어떻게 보면 코스 요리라는 것으로는 그 내용이나 종류가 부실한 것 같지만 그럼에도 닭으로 그렇게 음식
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놀라웠다. 남편의 말대로라면 “그런 음식을 내는 곳이 몇 곳 되지 않는다.” 였고
나 역시 닭으로 코스 요리를 낸다는 식당은 처음 대하는 것이고 보면 닭 가슴살 회를 먹을 수 있는 분이라
면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판단이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내 기억 속에 있는 약도를, 아니
그 분께 연락해서 전화번호라도 알아서 알려 드리고 싶다. 하지만 닭 코스 요리라는 음식이 대중화 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닭가슴살 회가 그다지 대중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음식은 전라도라고 한 말에 동의한다. 하긴 오래 전에 어느 전라도 지역에서 시켰던 백반
음식, 반찬으로 국을 빼고 21가지가 오르는데, 나는 그 음식들이 내 입에 짜서 국에 밥을 말아 밥만 건져
먹은 기억이 있었지만 그것은 그 집만이 그렇다는 것으로 판단을 하고, 그 집도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는 기대를 하게 되는 음식, 역시 전라도 음식이다.
*여행은 1. 시간 있을 때 떠나라. 2.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3.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면 만 원
으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