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09
[명절 선물]
문단에 들어온 후 글을 통해서 많은 분들과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고 기쁜
일이었고, 그런 분들로 인해 여러 모양의 추억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은 내게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자존감을 누리게 해 주는 기쁜 선물이 되어 주었다. 더구나 어떤 절기가 되면 잊지 않고 보내주
는 분들의 마음은 인연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데, 지난 명절(추석)에도 몇 분이 감사하
게도 선물을 택배로 보내 주셨다. 하지만 어떤 선물에서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을 소개하려고 한다.
선물의 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 선물 받는 분에게 필요한 것을 우선하게 되는데. 그런 것은 받을 분
을 축하 할 이유가 있을 때 그리하는 것이지만 명절 같은 절기의 선물로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
는 것을 보내는 것이 부담도 적고 가까이에서 구입하여 보내면 되는 것, 즉 과일이거나 캔 종류, 또는
건강식품 등일 것이며 그 중에도 식품이 가장 많이 선택되는 종류이고 어쩌면 과일이 우선 선택되는
물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해에도 몇 가지의 선물받았고 역시 과일의 수가 많았는데 그 중 한 과일에 대한 경험을 소개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 종류의 과일을 몇 분이 보내주셨다. 그 지역 농협 표시가 인쇄된 박스인데, 아내가 그 중의 한 박스
를 열어보더니 표정이 안 좋아 진다. 그러더니 하는 말 “과일이 많이 상했네,”였다. 내가 거실로 가서
보니 그 과일의 상태가 싸움박질 한 아이의 표정같이 손등은 긁히고 코피 도 흘린 것 같은 상태였다.
두 개 층으로 되어 있는 위층의 상태가 그랬고 그 아래 충은 그보다 심해서 바로 처리하지 하거나 일부
절개하여 버려야 할 것 같이 보인다.
대체적으로 과일을 구입해서 열어보면 위는 먹을 만 하고 큼직하며 고운 것들이 자리하고 안 쪽으로는
그보다 부실한 것을 담아 둔다는 것은 속이기 위한 방식이기보다는 판매하기 위한 상술의 하나로 보는
우리의 심리적 상태는 차치하고라도 그 과일의 상태는 참으로 선물이라 하기에는 너무 부실했던 것이다.
아내는 바로 그 상자의 겉에 인쇄되어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항의해야 한
다는 것이다. 과일의 상태로 보아서는 배달의 과정에서 상한 것이 아니라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상처를 입은 상태라는 것이었고, 그러므로 당연히 교환을 하거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내의 판
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아본 바로는 그 박스의 전화번호는 그 지역 농협의 전화번호였고, 판매자가 박스를 구입해서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박스라는 것만 알아냈을 뿐이다. 그러니 확인하려면 선물을 보내준 분에게 알아
보아야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전화 걸기를 포기했다. 그 이유는 설마 선물 보내는 분이 그런 과일을 구
입해서 보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즉 구입하고 내 주소를 알려주고 좋은 것으로 보내라고 신신당부
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과일이 내게 온 것은 과수원의 실수이거나 꼼수일 테지만 차마 따질 수는 없
게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 분의 마음을 기쁘게 받기로 했고, 아내는 상태가 적당한 것은 보관하고 빨리 처리할 것은 상한
곳을 도려내고 깎아서 밀봉시켜 냉장고에 넣는다. 그러면서 “빨리 먹어야 겠네.”라고 한다. 부부 둘이서
한 박스의 과일을 먹으려면..... 더구나 나는 과일을 챙겨주면 먹지만 찾아먹는 편이 아니고 보면, 꽤 여
러 날 아내는 그 과일로 마음 쓰게 되어 버렸다.
*이 글은 지난 가을 추석때의 일을 기록한 것입니다.
*여행은 1. 시간 있을 때 떠나라. 2.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3.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면 만
원으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