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10
[무명 작가의 출판]
나는 2013년 첫 시집(붉은 구름이고 싶다.)을 출간 한 후 2015년 두 번째 시집 (꼴값.) 2017년 세 번째
시집 (바다에 그늘은 없다) 그리고 2019년 4집인 “기억과 리을 사이”를 상재하고 이제 2022년 4월에
책으로는 다섯 번째로 그리고 첫 소설집인 “진상리”를 출간하게 된다. 그러니 거의 2년에 한 권의 책을
선보이고 있으며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짧은 단상 집으로 “문득”을, 그리고 후년에는 칠순 기념으로 다
섯 번째 시집을 상재하면서 더불어 그 때까지 발표되는 가곡(현재 “어머니, 간절곶에서, 소금 꽃 등)과
시 낭송을 CD또는 USB로 모아보려고 한다.
이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출판 경험을 소개함으로서 오늘날 작가들의 작품집 출간에 대한 나름의
소회를 기록하면서 더불어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작가들의 현실을 드러냄으로서 독자들의 이해와 관심
을 부탁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이다.
나는 등단 후 생각하기를 환갑 기념으로 시집 한 권을 남겨두어야겠다,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에 굳이 시집을 내려고 하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던 2010년 즈음에 어느 문학 단체의 작가회장의 직을
맡게 되었다. 아! 개인적으로 내가 나를 판단하기는 나는 머리보다는 지체의 한 부분이 어울린다는 생각
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는 오래 전 어느 작지 않은 단체의 장을 역임하면서 느낀 것으로 내 성품이나
자질은 지도자가 아니라 협력자와 조언자로 있는 것이 어울린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인데, 이 회장 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받아들인 직책이었다.
그러데, 사람이란 참 묘한 존재이다. 회장이 되고 여러 행사에 얼굴을 드러내다 보니 받는 인사 중 “시집
있으면 한 권~~”이라는 말이었고, 그래서 서둘러 낸 시집이 첫 시집이 된 것이다. 그러니 그 시집이 제대로
된 시집이라 할 수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한 번씩 첫 시집을 보다보면 내 얼굴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움
이 이는 것을 숨길 수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긴 대부분의 시인들이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리 느
끼는 것은 나뿐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첫 시집을 낼 때에는 작품을 묶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더구나 시집이 3월
2일 출판되었는데, 시집 출판을 준비하는 중 어머니께서 운명하셨고(2월 23) 어머니 생존에 첫 시집을 보
여드리겠다는 나의 작은 바람도 이루지 못한 채였으니 더욱 그러했다.
천권, 한 쇄라고 하는 그 낱말을 알게 된 것이 그 때였다. 일 쇄 이 쇄, 또는 초판 등 하는 낱말이다. 어쨌든
출판사와 의논하여 자비 출간이라는 방식으로 책을 냈고 나는 그 책을 판매라는 입장보다는 지인들에게
선물한다는 입장에서의 출간이었기 때문에 별 부담 없이 자비 출간을 했고, 책이 나오자 가까운 지인들과
내가 속한 문학 단체에 즐거운 마음으로 선물로 돌렸으며 그렇게 하다 보니 그 책 천 권도 출판사 보관용과
내 서제의 보관용으로 남겨 둔 세 권외에는 남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에 두 번째 시집 출판을 준비하면서 나는 조금 더 작가와 출판사. 서점과 배송관리 업체 사이의 관계
를 알게 되었고, 특히 서점의 신작 코너의 제일 앞에 진열되도록 하는데도 어떤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베스트 서적으로 인정되는 것에 대한 어떤 일들도 조금씩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글 중에는 분명
내 개인적인 이해와 판단도 있을 수 있다는 것과 내가 알지 못하는 정직하고 바른 방식의 유통도 있음을
인정하면서 이 글을 쓰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오해가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음을 밝혀 두며 이 글을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