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21
[포상 휴가 3]
결국 많은 술을 마시게 한 자리가 된 그 남자와의 시간, 낮에 마신 술은 깼지만 그럼에도 알콜
기운은 남아있는데 다시 술을 마시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처음 그 포장마차에 앉을 때는 속도
채우고 간단하게 숙면을 취할 정도만 마시려고 했는데 그리된 것이다.
반대편에서 두 남성이 술을 마시는데, 한 남성과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치곤 했다. 그러다가 함
께 있던 남성이 먼저 가고 그만 남아서 마시는 중이었고, 나 역시 혼자 마시는 자리였는데, 내가
주인 여자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넨 것을 그가 듣고 말을 건넸고, 그렇게 함께 마시게 되었는데,
그만 그로인해 적지 않은 양의 술을 마신 것이다.
이야기인즉 이렇다. 그가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관심 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간간히
대꾸하는 정도였는데, 그와의 대화에서 느낀 것은 이렇다. 한 쪽은 감자를 훔쳤고, 한 쪽은 고구마
를 훔쳤다. 그런데 한 쪽에서 상대가 훔친 것을 지적하니 그 훔친 것에 대한 대꾸는 없이 속된 말로
되받아 치기를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설명하려면 진보와 보수를 말해야 하기에 이렇게 표현할 수밖
에 없는 것은 내 자신이 글에서 정치와 종교성이 짙은 글은 쓰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인데, (물론
나도 나름 지지하는 정치와 종교가 있으며 그에 대한 글도 쓰지만 대중적인 곳에 소개를 하지 않을
뿐이다.)
그 남성의 말에서 나는 고루한 현재의 정치판을 보고 있는 것이다. ‘되받아 치기’에 능숙한 노련한
중견 정치인들의 대담 같은 것 말이다. 그런 모습은 종합 뉴스를 틀면 자주 만나는 모습이며,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많은 실망을 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그와 헤어지고 숙소로 가면서 캔 맥주를 큰 것으로 하나 산다. 마음이 많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소에서 캔을 따면서 문득 떠오르는 모습, 젊은 사십대 정치 초년생들이 출연해서 나누는
대화였다. 그들은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면 적어도 ‘그 문제는 나도 아쉽게 생각한다.’ 라거나 ‘그 문
제는 고쳐야 할 문제다.’라는 호응을 한 후에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모습이었다. 요즘 젊은 정치
인들이 담대하게 자신의 당에 대한 실수를 지적하듯 말이다. 그 모습을 생각하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래, 그런 젊은이들이 리더가 될 때에는 더욱 좋아지겠지!’
일요일 새벽 경매 시장을 보려던 계획은 틀어졌다. 그 술 때문에, 그러나 자갈치 시장에 가서 조기
몇 마리와 반 건조 오징어를 사서 가방에 넣으니 가방이 가득차고 제법 무겁다, 그리고 깡통시장에
가서 내가 구입하려던 것을 구입해서 택배로 부탁했는데, 그 물건은 이쪽에서 구입하는 것 보다 1
박스에 8천원이 싸고, 10박스를 사면 8만원을 아끼게 되니 내 여행 경비의 많은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걷는다. 국제시장 - 아리랑거리 - 비프광장(공사 중이었다,) 그리고 광복로 쇼핑거리를 지나
가다가 표지판에 여객터미널방향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길을 돌려 그곳으로 가면서 배를 타고
제주를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터미널에서 포기했다. 저녁 7시 출발 12시간 항해, 아침 7
시 도착이라는 시간도 그렇고, 요금도 비행기 못지않고, 오히려 선택에 따라 더 비싸기도 하다.
그렇게 걸어서 부산 역으로 가는데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 무게가 걷기를 힘들게 한다. 그렇다고 포
기할 수는 없는 것, 역 1층의 식당에서 국밥을 시켰는데 그 곳에서 처음으로 로봇을 보았다. 그러나
별 감흥은 없다. 결국 사람의 손이 가야 하는, 그저 옮겨 주는 기능 외에는 없는 로봇이기 때문이다.
1시30분 열차를 탄다. 그리고 포상 휴가는 그렇게 끝난다.
*여행은 1. 시간 있을 때 떠나라. 2.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3.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면
만 원으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