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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책과 사진 한 장 -9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2.06.30|조회수6 목록 댓글 0

책과 사진 한 장 -9-

 

  정류장 쪽으로 있는 삼층 건물 일층에는 간판에 마트라고 쓰여 있지만 시내의 마트 정도의 수준

이라기보다는 그저 조금 큰 가게 정도로 보였고이층은 피시 방이 자리 잡았으며 삼층은 당구장

이었다계단으로 내려오는 군인들을 보면서 역시 군 부대가 밀집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면

그 옆에 있는 건물은 이층인데 일층은 중국음식점이 있었고 이층은 노래방이 있었다그리고

농기구 가게와 모텔이라고 쓰여 있는 여관이 보였고 길 건너편으로 면 사무소와 보건소경찰 지구

대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으며 면사무소와 보건소 사이로 좁은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면사무소와 보건소 사이로 골목이 있습니다그 골목으로 들어오시면 철물점이 있고 그 다음 건

물이 종묘상인데 종묘상을 끼고 조금 들어오시면 저희 집입니다버스 정류장에서 전화주시면 모

시러 나가겠습니다.

  어제 전화로 말하던 주인의 말을 기억하면서 나는 천천히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신호등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는 길인데다 지나가는 차량도 거의 없다보니 길을 건너는 데는 누구의 눈치 같은 것

을 볼 필요가 없었다군인들 몇이 적당히 마신 술기운으로 뭐라고 큰 소리로 떠들면서 지나간다

아마 건너편 어느 식당에서 한 잔 나누고 귀대할 시간까지 피시 방이든지 당구장에서 노닥거릴 것

이다나 역시 군 생활 할 때 귀대 시간 전에 들어간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젊은 군인들이 내 곁을 지나치는데 그들의 몸에서 술 냄새가 진하게 난다문득 술이 고프다핸드

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아직 저녁 시간이 되려면 한 참이나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너무 이르게 들

어가기도 조금은 그렇다는 생각이 들자 군인들의 뒤를 따라 몸을 돌려 정류장 쪽으로 간다군인들

은 피시방과 당구장이 있는 건물로 우르르 올라간다.

  나는 중국음식점으로 들어선다이미 식사 시간이 지난 때문인지 홀 한 쪽에 짬뽕 국물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는 노인들이 있을 뿐이다내가 들어서자 조금 뚱뚱해 보이는 여자가 앞치마에 손을

문지르면서 컵을 꺼내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내가 자리에 앉자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짬뽕에 소주 한 병이요.

  “예.

  여자는 대답과 동시에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조금 큰 목소리로 되돌려 말한다.

  나는 식탁위에 놓여있던 며칠 지난 신문을 들춰 천천히 읽기 시작한다별로 볼 내용도 없지만 그

런대로 무료한 기다림에는 괜찮은 방법이다.

  신문 한 면을 다 읽기도 전에 짬뽕과 소주가 내 앞에 놓인다나는 소주 한 잔을 따라 한 입에 털어

넣고 국물을 한 모금 마신다속이 찌르르 하며 조여 있던 위가 펴지는 기분이다.

  “아거 있잖은가?

  건너편 식탁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노인 중 한 사람이 입을 뗀다.

  “그려그럼 무슨 말인지 한번 혀봐.

  “저 건너 최씨 처제 말야.

  “최씨 처제면 그 정신 오락가락 하는 처자 말인가?

  “그 처제 그래도 조카 하나는 제대로 길렀더군.

 

  “그 아가 이번에 우리 군 전체에서 1등을 해서 도 장학금을 받는다네.

  “그래그것 참 잘 되었네,

  “그 부부의 정성이야 대단하지농사 다 지어가며 군인 면회객들 치고,

  “그거야저 건너편에 있는 여관보다는 최씨네 집이 더 편하고 좋기 때문 아닌가이런 산골에 면회

와 보았자 먹을 것도 변변찮고 잠자리도 불편할 텐데그런 면에서는 최씨네 집이 더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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