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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책과 사진 한 장 -13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2.07.06|조회수7 목록 댓글 0

책과 사진 한 장 -13-

 

  “몰라요하지만 어릴 적부터 글을 쓴다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선생님제가 써서 모아 놓은

글이 제법 많은데 한번 봐 주시겠어요?

  “무슨 글?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어설프겠지만 시도 조금 써 보았고요수필도 써 놓은 것이 있거든요시라고

해야 할 지 수필이라고 해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러자아무 때라도 보여주려무나혹 나중에 내가 서울 간 후에도 작품을 써서 내게 보여주고 싶

으면 메일로 보내든지 우편으로 보내든지 하면 보아주마.

  “정말요!?

  “그래약속하마.

  “그럼선생님 시집 같은 것 있으시면”

  “그래내가 서울 올라가면 바로 보내주마”

  버스 정류장에서 민박을 하고 있는 명희의 집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십분 거리였다면사무소와 보건

소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서면 철물점이 있고 그 다음 종묘상을 지나면 봄을 기다리는 텃밭 몇 자락이

있으며 그 텃밭을 지나 골목의 마지막 집이 명희의 집이다집의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마당이 있어서

한 쪽으로는 빨래를 널 수 있는 빨래 줄이 걸쳐있고 그 밑에 강아지 집이 있었다안채와 뒤채가 있는데

안채에는 주인 부부가 쓰는 안방과 건넌방 사이의 넓은 마루가 있고 그 건너로 민박을 할 수 있는 방이

세 개가 이어 있었다어떻게 보면 70년 대 여인숙 같은 형태였고 내가 쓰는 방문 옆에 부엌이라기보다

는 군불 때는 아궁이가 있어서 그곳에 불을 때 방을 덥히고손님들이 쓸 수 있도록 세면장이 마당 구석

진 곳에 지어져 있었다.

 

  안채 뒤에 집이 한 채 더 있는데 그곳에 명희와 명희 어머니가 살고 있다물론 살림은 하지 않는다

희 이모가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나는 명희 어머니가 어떤 여인인지 궁금하다병을 앓고 있다는데 무슨 병이기에 가족들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

  명희와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대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내가 묵는 방문이 열리면서 명희 이모가

나오는데 얼굴에는 무엇을 훔치다가 들킨 사람처럼 당황한 표정이다.

  “이제 오니?

  “다녀왔습니다이모부는요?

  “이모부는 마을회관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가셨다.

  “엄마는?

  “네 엄마야 엄마 방에 있지.

  명희가 빵 봉지에서 빵 몇 개를 꺼내어 마루에 놓으며

  “이거 선생님이 사 주셨어요.

  하고는 뒤채로 돌아간다.

  “선생님이 무슨 돈으로”

  그녀가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말한다고맙다는 표정보다는 무엇인가 염려스러운 표정이다.

  “아닙니다명희학생 기다리다가 조금 샀습니다.

 

  “조금 기다리세요저녁 차려 올릴게요.

  여자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서려있었지만 나는 여자의 말을 등으로 들으면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선다방이 깨끗하다내가 나간 사이에 방 청소를 한 것인데이불이 가지런히 깔려있고 그 이불 머리맡

에 내가 보는 책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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