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진 한 장 -48회-
“그럼. 이렇게 하지”
“어떻게요?”
“우선 내가 내일 그 집에 연락을 해 보도록 하지. 내 후배 되는 작가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도 한
번 가보고 싶다 하는데 어떻겠냐고”
내 말을 듣던 박 시인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것도 좋지만 만일 그 집에서 싫다고 하면 어쩌지요?”
“그거야 신경 쓸 필요 없네. 그 집은 농사도 짓지만 민박을 하면서 수입을 얻는 집이니 방만 비어있으
면 가능할 것일세.”
“그럼 언제?”
“내가 내일이라도 바로 연락을 해보도록 하지.”
“그럼, 내일 저녁이면 알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겠네.”
13
곽 시인에게서 전화를 받은 것은 내가 박 시인과 만난 후, 즉 출판 기념회를 마치고 오일 이 지난 후였
다. 수화기를 들자 곧 곽 시인의 묵직한 목소리가 어둡게 귀를 때렸다.
“김 시인. 별일 없으신가?”
“나야, 웬일이시오?”
“혹시, 김 시인은 박 시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가?”
“무슨?”
“그날, 그러니까 출판 기념회가 끝난 후 박 시인이 김 시인과 차 한 잔 한다고 나가지 않았는가?”
“그거야.”
“그런데 말일세, 그 사일 후인가 박 시인이 사표를 내게 가지고 왔더군.”
나는 곽 시인의 말을 들으면서 놀랐다. 사표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사일 후라면 내가 그 전날 박 시인에게 그 집의 주소를 알려 주고 삼일이 지난 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 시인을 만난 그 다음날 하루 종일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더니 그 다음날 하
고 이틀을 결근 했더군.”
“그래서요?”
“이틀 결근을 하고 나서 그 다음 날 아침에 내게 사표를 들고 온 것이네.”
“사직하는 이유가 뭐라고 하는지?”
“특별한 말은 없었고, 그냥 시골에 가서 작품이나 쓰는 일에 열심히 하고 싶다더군.”
“그랬습니까?”
나는 잠시 놀랐다. 그렇다면 박 시인은 나와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다음날 오후에 내가 그곳의 주
소와 전화번호를 알려 준 후 바로 다음 날 결근을 하고 그곳으로 내려갔다가 다음 날 올라오고 올라온 다음
날 바로 사표를 냈다는 말이다. 나는 곽 시인의 말을 들으면서 무엇엔가 홀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곽 시인에게 무슨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렇게 사표를 내고 돌아간 후 박 시인의 핸드폰도 안 되고 집 전화도 받지를 않고, 갑자기 박 시인이 그
만두고 나니 사무실도 엉망이 되고, 지금 상황이 그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