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진 한 장 -50회-
“아니! 박 시인 내가 알기로는 그 선영 씨의 남자는 박 승준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바로 제가 박 승준입니다. 등단을 할 때 필명을 박 은교로 사용을 했지요.”
“이제 알겠네, 일은 그렇게 된 것이군.”
“선영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지만 그래도 저를 알아보더군요. 저를 보더니,”
그렇게 말하는 박 시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린다.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선 얼마간 사무실 일도 정리하고, 주변 정리한 후에 내려갈 생각입니다. 가서 선영씨를 돌보면서
농사도 짓고, 틈틈이 글을 쓰면서 선영씨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돌봐줄 생각입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렇게 해야 하겠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곽 시인도 그제야 그 내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모양이다.
“아니! 김 시인, 그렇다면 이번에 쓴 그 소설의 내용이?”
“예. 곽 시인님. 김 시인님이 쓰신 책과 사진 한 장이라는 단편소설의 소재가 바로 저와 선영 씨의 이
야기였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김 시인님이 제게 큰 선물을 하신 것이지요.”
“아하! 세상에 이런 일도. 그것참! 신기하군.”
그랬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말이다. 우연이 필연을 낳는다고 하지만 이
런 우연히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이런 우연이 바로 나를 통해서 일어났다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도 신
기하기만 한 일이다.
그로부터 두 달 후 박 은교시인 아니 박 승준은 우리의 곁을 떠났다. 자신의 많지 않은 짐을 화물차에
실려 보내고 컴퓨터는 자신의 승용차 뒷자리에 싣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결코 우리 곁을 떠
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시간이 허락 되는대로 그가 있는 강원도를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와 밤이 새
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끝
어떠셨는지요? 그저 시간 보내는데 도움이 되셨거나. 또는 이 소설을 읽으시면서 나름의 도움이 되셨는
지요? 저는 그저 저의 보잘 것 없는(물론 나는 내 작품을 아끼고 있습니다만) 작품이 읽는 분에게 어느
모양으로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소설을 연재 하면서 또 다른 소설을 구상 중에 있었습니다. 다리 건설로 말하자면 교각은 세웠는데,
상판을 어떻게 깔아야 하고 난간은 어떤 모양으로 세워야 할지를 고민하는 중에 어느 여류 시인이 올려
준 시에서 하나의 숙제를 풀었답니다. ‘란타나’ 꽃 이름입니다. 저의 소설 인계동에서의 ‘라벤다’처럼 말
이지요. 란타나는 열매에 독성이 있고 꽃의 색은 변하는데 꽃말은 ‘나는 변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제가 구상하는 여 주인공의 생활과 성품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꽃 이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내게 또 하나의 행운이라 생각한답니다. 다른 작가들의 글 속에서 내가 바라던 어떤 하나를 얻는다
는 것, 그것은 나로 하여금 다른 분들의 글을 대하면서 무엇인가를 얻고 배우며 깨닫게 해주기에 모든 작
가들의 수고로 드러나는 작품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상판을 구상하려고 합니다. 물론 난간도 함께 말입니다. 도입과 전개와 절정과 결말이라는 교
각을 어디쯤에 놓을 것이며 그 교각 위에는 어떤 모양의 상판과 난간을 세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즐거움
을 지금부터 누려볼 생각입니다. 얼마의 기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급하지 않게 안전사고에
주의하면서 천천히 써보려고 합니다. 그러고 때가 되면 여러분들을 개통식 자리에 초대하게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고정현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