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1회
고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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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소재를 만나게 해 준 지인 S씨에게 감사를 드리며......
나는 전철을 타기 전에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있다. 아니 나 뿐 아니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대부분
이 전철이나 버스를 타기 전, 그리고 영화를 보기 전에 담배를 피우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적어도 짧
은 시간 내에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의한 행위이며, 오랜 시간 담배를 피울 수 없
기에 몸이 요구하는 니코틴을 미리 축적시켜야 한다는 성립되어있지 않은 논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
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기차를 잘 타지 않는다. 오히려 버스를 타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이 바로 담
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 전 버스나 열차 속에서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우는 시절도 있었다. 그리
고 단선이었던 철로 때문에 기차는 자주 어느 역에선가 다른 열차와 교행을 위해 몇 분씩 정차하던 때
가 있었으며, 그럴 때 잠시 내려서 담배를 피우며 우동을 먹던 시절에는 열차 여행이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도 했었다.
그 시절 대전역의 우동은 서울에서 부산이나 목포 광주로 가는 여행객들 에게는 유명한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열차보다 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이유는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
서는 담배가 적지 않은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두 세 시간 이상의 장거리를 가기 위해서는 담배
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를 이기기보다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 휴게소에서 담배 한 대의 즐거움과 커
피 한 잔의 행복을 누리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기 때문인 것이다.
담배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정책이 새로운 뉴스가 되고 논쟁거리가 된 그 때에도 나는 별 생각 없이 습
관대로 담배를 피웠다. 물론 담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에는 반대할 생각도 없었었던 것은 그만큼 아
껴서 덜 피우거나 아니면 그만큼의 지출을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 문제는 적어도 내 개인적인 생
각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었다.
하긴 그 때 담배 가격을 얼마 올리느냐 하는 문제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소득이 적거나 거의 없는 사람
들이었다. 돈이 넘쳐 나는 사람들이야 그까짓 담배 가격 오르면 얼마나 오르겠느냐고 했을 것이고, 어느
정도 생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모아둔 돈의 얼마를 미리 담배를 사서 보관하는 방식을 취하므로 어느
정도 가격 인상에 대비한 절약을 하기도 했는데, 정말 문제는 하루하루 재활용품을 주워서 버는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분들의 대부분은 나이가 많은 관계로 적당한 직장을 구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주어진 생명을 버릴 수
는 없으니 종이든 병이든 주워서 고물상에 갖다 주고 받은 돈 몇 푼으로 콩나물 반찬으로 연명하면서 그래
도 그나마 위로거리라고 막걸리 한 병에 단무지 한 쪽으로 허기를 달래고 한 대의 담배를 피우며 뱉는 연기
에 한 숨을 섞어 뿜어버리는 사람들이나 그 정도의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잠시 담배 판매량이 표
가 나게 줄었다고 했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부터 사람들의 삶에 서서히 적응되었으니 결국은 세수를 올
린 정부와 전매청만 좋게 되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