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2회
오늘도 나는 서울을 가야할 일이 있어서 S역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습관처럼 역 광장 한
곳에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역 광장 한 쪽에는 이미 나처럼 전철을 타기 전에 한 대 피우고 타
려는 사람들, 특히 이십 대 젊은이들이 많이 웅성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차마 그 젊은이들 속에 섞여서 담배를 피울 수는 없겠기에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담배
를 피운다. 하긴 금연 구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담배 피우는 자리에는 이십 대 젊은이들부터 팔십
노인들까지 스스럼없이 담배를 피워댄다. 금연구역이라는 말이 생소할 적만 해도 그런 모습을 보
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담배는 피워야 하겠고 그러자니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
소로 사람들은 모여들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고 그렇게 되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장소에 담배
를 피우는 사람들은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었고 그런 장소에서 어른 되었다고 젊은이들에게 버릇
없다며 불편해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내 눈에 경찰 두 명이 보였다. 남녀 한 팀이었는데 한 손에 서류 판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흔히 방범 순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담배를 피우는 내가 그들을 보는 순간
그들의 눈과 마주치기는 했지만 굳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기에 천천히 담배를 피우고 피울 만큼 피
운 후 엄지와 검지손가락 끝으로 담배 불을 끈 나는 담배꽁초를 버리려고 엄지손가락 과 중지 손가
락 손톱 사이로 담배꽁초를 집는다.
이제 중지 손가락에 힘을 주면서 밀어버리면 꽁초는 튕겨 나갈 것이다. 가볍게 밀어튀기면 바로 앞
에 떨어질 것이고 조금 힘을 더 주면 몇 미터 밖으로 버려질 것이다. 하지만 역 광장이라는 것이 아
무렇게나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나는 적당한 곳에 꽁초를 버리려고 눈을 돌려 주변을
살핀다. 그래도 꽁초가 어느 정도 모여 있는 곳에 버리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나는 적당한 장소를 찾았고 드디어 그 거리를 가늠하면서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드
디어 꽁초가 내 손가락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하필 그 순간에 그가 떠오른 것
이었던 것이다. 그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K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왜 하필 그 때 그가 떠올
랐을까?
그 이유는 잠시 후 소개될 것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내가 그에게 술을 사려고 했지만 오히려 얻
어먹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한 일이었는데, 그는 언제나 담배를 피우고 나면 꽁초를 버리지 않고 자신
의 담배 갑에 다시 넣는 습관이 있었고 내게 떠오른 모습이 바로 그가 담배를 피우고 난 후 꽁초를
담배 갑에 넣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의 담배 갑에는 늘 꽁초가 들어있었고 담배 갑과 담배 갑을 감싸고 있는 비닐 사이에는 몇 개의
이쑤시개가 꽂혀 있었는데, 바로 그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나는 힘을 주었던 손가락의 힘을 빼
고 중지와 엄지 사이에 있던 꽁초를 엄지와 검지 사이로 옮긴 후 다른 손으로 주머니에서 담배 갑
을 꺼내고 뚜껑을 열어 꽁초를 거기에 넣고 담배 갑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역사로 들어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데 여자 경찰이 한 쪽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여자 경
찰이 목표로 삼은 사람은 두 젊은 남녀였는데 내가 담배를 피울 때 가까운 곳에서 시시덕거리며
담배를 피우던 남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