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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담배꽁초 2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2.11.03|조회수10 목록 댓글 2

담배꽁초 2

 

  오늘도 나는 서울을 가야할 일이 있어서 S역으로 걸음을 옮긴다그리고 습관처럼 역 광장 한

곳에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역 광장 한 쪽에는 이미 나처럼 전철을 타기 전에 한 대 피우고 타

려는 사람들특히 이십 대 젊은이들이 많이 웅성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차마 그 젊은이들 속에 섞여서 담배를 피울 수는 없겠기에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담배

를 피운다하긴 금연 구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담배 피우는 자리에는 이십 대 젊은이들부터 팔십

노인들까지 스스럼없이 담배를 피워댄다금연구역이라는 말이 생소할 적만 해도 그런 모습을 보

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담배는 피워야 하겠고 그러자니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

소로 사람들은 모여들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고 그렇게 되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장소에 담배

를 피우는 사람들은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었고 그런 장소에서 어른 되었다고 젊은이들에게 버릇

없다며 불편해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내 눈에 경찰 두 명이 보였다남녀 한 팀이었는데 한 손에 서류 판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흔히 방범 순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담배를 피우는 내가 그들을 보는 순간

그들의 눈과 마주치기는 했지만 굳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기에 천천히 담배를 피우고 피울 만큼 피

운 후 엄지와 검지손가락 끝으로 담배 불을 끈 나는 담배꽁초를 버리려고 엄지손가락 과 중지 손가

락 손톱 사이로 담배꽁초를 집는다.

 

이제 중지 손가락에 힘을 주면서 밀어버리면 꽁초는 튕겨 나갈 것이다가볍게 밀어튀기면 바로 앞

에 떨어질 것이고 조금 힘을 더 주면 몇 미터 밖으로 버려질 것이다하지만 역 광장이라는 것이 아

무렇게나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나는 적당한 곳에 꽁초를 버리려고 눈을 돌려 주변을

살핀다그래도 꽁초가 어느 정도 모여 있는 곳에 버리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나는 적당한 장소를 찾았고 드디어 그 거리를 가늠하면서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디어 꽁초가 내 손가락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하필 그 순간에 그가 떠오른 것

이었던 것이다그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K의 모습이었던 것이다왜 하필 그 때 그가 떠올

랐을까?

 

그 이유는 잠시 후 소개될 것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내가 그에게 술을 사려고 했지만 오히려 얻

어먹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한 일이었는데그는 언제나 담배를 피우고 나면 꽁초를 버리지 않고 자신

의 담배 갑에 다시 넣는 습관이 있었고 내게 떠오른 모습이 바로 그가 담배를 피우고 난 후 꽁초를

담배 갑에 넣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의 담배 갑에는 늘 꽁초가 들어있었고 담배 갑과 담배 갑을 감싸고 있는 비닐 사이에는 몇 개의

이쑤시개가 꽂혀 있었는데바로 그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나는 힘을 주었던 손가락의 힘을 빼

고 중지와 엄지 사이에 있던 꽁초를 엄지와 검지 사이로 옮긴 후 다른 손으로 주머니에서 담배 갑

을 꺼내고 뚜껑을 열어 꽁초를 거기에 넣고 담배 갑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역사로 들어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데 여자 경찰이 한 쪽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여자 경

찰이 목표로 삼은 사람은 두 젊은 남녀였는데 내가 담배를 피울 때 가까운 곳에서 시시덕거리며

담배를 피우던 남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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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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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嘉南 임애월 | 작성시간 22.11.03 경찰들이 왜 뛰는지 궁금하네요......
    나쁜 걸 피웠나.......ㅎ
  • 답댓글 작성자고정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1.04 피웠나? 라는 말씀은 이미 알고 계시는 답이지요. ㅎㅎ
    사실 이 소설의 소재가 되어준 이는 수원에 살면서
    오산문협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시는 S시인이랍니다,(비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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