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3회
나는 잠시 그 여자 경찰을 바라보다가 역사로 올라가는 계단을 몇 개 오르는데 뒤에서 여자의 신경질
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담배를 끊으라니까 말도 안 듣더니’
‘하마터면 벌금 낼 뻔 했잖아!’
하는 소리였다. 그제야 나는 역 광장에 있었던 경찰들은 방범 순찰이 아니었고 쓰레기 무단투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명 딱지라는 범칙금 납부 고지서를 떼는 업무를 수행 중이었으며 그 여자의 앙칼진 소리
는 바로 그 쓰레기 무단 투척을 하다가 경찰에게 걸려서 재수 없게 딱지를 끊을 뻔했지만 사정해서 훈방
조치된 남자와 동행하는 여자의 목소리였음을 알게 된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에 나는 ‘재수있는’ 존재가 되었고 그는 ‘재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결코 그는 ‘재수 없는’ 존재는 아니다. 어쩌면 당연히 걸려야 하는 것이며 범칙금을 내는 것이 옳
은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 ‘재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겠지만 잘못을 하면
그 대가를 치루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논리대로라면 규칙을 범한 사람은 규칙을 범한 만큼의 대가를
치루는 것이 바로 바른 정의사회가 아니겠는가? 물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 후한 대우를 하는 것이
이 사회의 모습이지만 말이다.
K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그럼 이제부터 그 K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나는 그 일을 겪은 후 어느 날 그에게 연락을 했다. 적어도 그 때문에 ‘재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니
그 ‘재수 있는’의 의미를 제공한 당사자에게 술 한 잔 대접하는 것이 바른 사회를 살아가는 정의로운 사람
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 역시 근래 시간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기에 우리는 쉽게 시간과 장소를 정했고 그렇게 만나서 주꾸미
에 소주 한 잔을 나누면서 나는 그가 담배꽁초를 담배 갑에 집어넣는 행위를 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를 듣
게 된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나? 허! 허!”
내가 그에게 역 광장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자 예의 그 시원한 웃음을 웃었다.
“그런데, K형은 어떻게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고 무슨 의식 치르듯 담배 갑에 다시 넣는 것이지요?”
내가 묻자 그는 들었던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본다. 그러더니 일어서서 식당 밖
으로 나섰다. 물론 나도 그를 따라 일어섰다. 그런 행동은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사이의 담배
피우는 시간이 되고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금연 구역이 식당과 피시방 등으로 확대될 때만 해도 술을 마시다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나 그것을 제지하지
못한 식당 주인에게 벌금을 물리도록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런 불평들은 사라지고 이제는 당연하게 밖
으로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게 된 것이다. 물론 여럿이 함께 우르르 밖으로 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이해가 가는 일이겠지만 대부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피우는 시간대가 비슷
하기 때문이기도 한 일이었고,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 의식적으로 함께 나가서 피워야 한다는
생각과 피우고 싶어지는 의욕이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