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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담배꽁초 5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2.11.09|조회수10 목록 댓글 0

담배꽁초 5

 

  “여보나 그냥 출근할게”

  그의 목소리는 약간 허스키한 편이다그래서 그런지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면 조금은 무게 있게

들리곤 하는데 그는 이 말을 하면서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할 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한다.

  “아침 거르지 말고 조금 들고 가요.

  아내의 목소리가 주방 안에서 그의 귀까지 들려오는데 그의 가슴이 갑자기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아내의 목소리 톤이 다른 날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몸이 안 좋은가?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그의 코 점막을 자극하는 냄새가 들어온다콩나물국 냄새였다.

  ‘아하이 사람이 내가 술 많이 마셨다고 콩나물국을 끓였군.

  그는 콩나물국 냄새를 맡으며 ‘고추 가루를 조금 타서 매콤하게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걸음

을 식탁 쪽으로 옮긴다.

 

두어 걸음을 옮기면서 그는 문득 아내가 끓인 콩나물국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벌써 삼

십 년 가까이 함께 사는 부부사이였고 아들과 딸 남매가 장성한 지금까지 아내는 콩나물국을 끓

인 적이 없다는 기억 때문이었다그가 아무리 많은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아내는 콩나물국을 

여내지 않던 사람이었다.

 

때로는 그가 콩나물국을 먹고 싶다는 눈치를 주어도 고집스럽게 콩나물국을 끓이지 않았고 대신

북어 국을 끓여 내거나 우거지 된장국을 끓여 내면서 그 국이 술 마신 다음날 몸에 더 좋다는 논

리를 펴는 아내였던 것이다그런 아내가 오늘 아침에는 콩나물국을 끓인 것이다.

 

  ‘왜냐고요콩나물국을 드시고 싶으면 식당가서 사 드세요나는 콩나물국을 좋아하지 않아요.

  처음 결혼 후 그가 회식으로 많은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아내에게 콩나물국을 부탁하자 아

내에게서 나온 답변이었다그 때만 해도 자신이 술을 많이 마신 것에 대한 아내의 불평이 그렇

게 표현된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얼마 후 다시 그렇게 많은 술을 마신 다음 날 콩

나물국을 부탁하자 아내의 얼굴 표정이 뾰르퉁해지면서

  ‘지난 번 한 말 벌써 잊었어요?

  하면서 콩나물국을 싫어한다는 말을 잊어버렸다는 것에 대한 불평을 드러낸 것이다.

 

  그 날은 그가 화를 낼 뻔했었다아무리 자신이 콩나물국을 싫어한다 해도 남편이 부탁을 하는데

그렇게 야멸차게 거절한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었다그렇다고 콩나물국을 싫어하는 아내에 대한

실망보다 콩나물국을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술을 마신 원인 제공을 한 탓이 자신에게 있기에

별다른 대꾸도 하지 못하고 빈속으로 출근을 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콩나물국을 싫어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 것은 그 얼마 후 장모의 생일을 맞아

처갓집에 갔을 때였다처갓집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한 후 여자들이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두 명의 처남과 근처 호프집에서 술을 한 잔 하면서 은연중에 콩나물국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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