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8회
그는 한 사내의 목에 걸린 카메라를 보면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될 상황이라고 깨닫고는
‘예, 그런데요?’
‘그래서, 알고 계시겠지만 계도기간이 지난주에 끝이 났습니다.’
하면서 한 사내가 서류철을 열더니
‘신분증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선생님은 쓰레기 무단 투기에 적발되셨습니다. 따라서 이 달 안에
선생님 댁으로 범칙금 통지서가 도착할 것입니다.’
곁의 한 사내가 손을 내밀었다. 신분증을 달라는 표시였다. 그는 거절 할 수 없음을 느낀다. 이미
사진은 찍혔을 테고, 거부하면 시끄러워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고 그 안에서 신분증을 꺼내 사내의 손에 얹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며칠은 통지서가 올 것을 은근
히 기다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통지서는 보름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달이 바뀌어도 오지 않자 그
는 그 사람들이 계도를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잊게 되었던 일
인데 그것이 몇 달이 지난 지금 그의 집에 보내졌고 그 통지서를 아내가 뜯어보았던 것이다.
“이게 뭐냐니까요?”
그가 기억을 되살리는 동안 잠시 기다리던 아내의 목소리가 조금 더 높게 그의 귀에 들어왔다.
“당신도 봤잖아.”
그는 꼭 잘못 한 아이가 선생님 앞에서 벌을 받기 전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것 같은 자세로
최대한 목소리를 부드럽게 해서 대답을 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통지서가 왜 당신 이름으로 오느냐 하고 묻는 거잖아”
아내의 목소리에는 잘잘못을 따지는 판사의 날카로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결국 오늘 아침 아내
가 화를 내는 것은 어쨌든 자신의 잘못에 의한 것이었다. 술 한 잔 마시고 습관처럼 전철을 타기
전에 피웠던 담배 한 가피의 대가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의 추궁을 들으면서 문득 이해할 수 없
는 것이 있었다.
범칙금이라는 것을 그가 이번에 처음으로 받은 것은 아니었다. 주정차 위반 딱지부터 시작해서
속도위반 같은 것, 안전띠 미착용 같은 것으로 여러 번 통지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그 때마다 그
돈은 아내에 의해서 납부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는 충실하게 출퇴근을 했고 월급은 통장으로 입금되었으며 통장의 돈은 아내에 의
하여 관리되었고 그는 그 달 그 달 필요한 용돈을 타서 쓰는 입장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그는
아내가 주는 용돈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비자금도 있었고, 용돈 역시 그가 쓰기에
는 넉넉한 편이었기 때문에 만일 이런 통지서를 자신이 받았더라면 알아서 처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그 같은 범칙금을 내 주었던 아내가 이 번 일에 대하여 이렇게 예민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글쎄, 보았지만. 세상에, 다른 벌금도 아니고”
아내의 목소리에서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 가득하게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