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10회
그런데 갑자기 아내의 그 표정이 떠오르는 거야. 차마 버리지 못하겠더군. 그렇다고 입으로
삼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때 생각한 것이 담배 갑에 다시 넣는 것이었지.”
“그랬었군. 그런데 말이야. 나도 지난번에 그렇게 했었잖아. 그런데 그 다음 담배를 피우려
니 담배 맛이 조금 다르더군, 그러니까 꽁초의 냄새가 다른 담배에 배어서 쓴 맛이 조금 짙어
진 것 같더라고.”
“그랬었나? 하긴 나도 처음에는 담배 맛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꽁초
를 아무렇게나 버리지는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계속 담배 갑에 넣었고, 다 피운 담배 갑을 쓰
레기통에 버리곤 했지, 어쨌든 계속 그렇게 피우니까 그 맛이 그 맛이더라고”
“그건 그런데, K형을 자세히 보니 쓰레기통이 옆에 있어도 담배꽁초는 담배 갑에 넣더군,”
“자세히도 보았군 그래. 맞아 습관이라는 것이 그래서 무서운 모양일세, 나는 그 후로 꽁
초를 그냥 버려본 적이 없네, 늘 담배 갑에 넣었으니까. 이제는 그것이 오히려 편해, 쓰레기
통에 신경 쓸 일도 없고, 하 하 하”
나는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따라 함께 웃는다. 그리고 그의 빈 잔에 술을 한 잔 가득 따르며
“이 잔은 감사의 의미로 따르는 것이니 그리 알고 드시게”
하자 그는 기분 좋게 받아 마시며
“이것으로는 부족할 텐데. 지금도 오만 원 이상일 테니 말이야”
“그런가? 뭐 그렇더라도 더 이상 쓸 돈은 내게 없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든지 아니면 내가
갑부가 될 때까지 기다리던지”
“되었네, 내가 벼룩이 간을 빼먹지 자네 주머니 털어 먹겠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홀짝 홀짝 비운 소주병이 세 병이나 된다. 내가 알기로 그의 주량
은 그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물론 더 이상 마셔도 술에 관한한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니 더
마셔도 되겠지만 같은 안주로 이 정도면 적당하겠다 싶은 생각이 든 내가
“여기서는 이정도로 끝내지, 더 하고 싶으면 어디 입가심이라도 하러 가든지”
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되었네, 나도 오늘은 이 정도가 딱일세.”
하며 그도 일어선다.
카운터로 간 내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데
“계산 되었는데요.”
카운터로 쫒아오던 여 종업원의 말이었다,
“누가요?”
이 질문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지만 나는 새삼 확인하려고 물었다.
“커피 마시겠나?”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술값을 가난한 제자에게 내랄 수야 있나. 스승인 내가 내야지 하 하”
하며 내게 커피 잔을 건네면서
“하지만 제자는 스승에게 배운 것을 잘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마시게”
하면서 자신의 커피를 꺼내려고 돌아선다. 나는 그런 그의 등을 보면서 그의 등이 오
늘 따라 상당히 넓다는 생각을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