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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깨진 국 그릇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05.20|조회수5 목록 댓글 0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76

 

[깨진 국 그릇]

성남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특히 갈마터널 주변의 변화는 참으로 놀랍다. 내가 살던 그 시절에는

산 골짜기여서 논과 밭이 조금 있을 뿐 사람 살 곳처럼 보이지 않던 지역에 지금은 전철이 지나가고

역이 있으며 다른 시내처럼 아파트와 주택과 상가와 편의시설들, 있어야 할 모든 것이 자리 잡은 곳

이 되었으니, 지금 경강선 삼동역 주변을 말하는 것이다. 그곳을 가려면 분당 이매역에서 환승하면

되니, 그리 어려운 길도 아니고, 다시 한 번 가서 돌아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어제(5월19일) 사촌들에게 책을 건네주기 위해 성남에 갔고, 사촌 형님이 이끄는 데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삼동 역 주변 옆에 있는 오리 식당(미감만족 정원오리)을 갔는데, 젊은 부부가 식당을 운

영하고 있는 곳이다. 굳이 식당 이름까지 소개하는 이유는 혹 그 주변을 지나시거나 그 주변에 사시

는 분들에게 알려 드리고 싶어서인데, 그렇다고 내가 맛 칼럼을 쓰는 작가이거나 맛 집을 찾아다니는

작가는 아니지만, 어제의 경험 때문이다.

 

오리 식당이지만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훈제나 백숙은 아니다. 메뉴는 단순했다. 오리부추구이와 더덕

부추 구이, 두 종료의 메뉴다 다였으니 굳이 고르고 할 것도 없이 오리부추구이를 주문했다. 반찬도

김치와 무쌈(이름은 모르겠으나 무를 넓게 썰어서 쌈처럼 먹을 수 있게 한 반찬), 그리고 양파장아찌

등이었고 콩나물국이었으니 반찬을 칭찬할 만한 식단은 아니고, 여느 식당이다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오리부추구이는 나로서는 처음 대하는 음식이었고, 내 입에도 적당하게 그 간이 잘 맞아서 맛있

게 먹었는데, 그러다가 콩나물국을 떠먹으려는 내 행동의 실수로 그릇이 식탁에서 떨어졌고 그리고 와장

창, 곧 내 발 밑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나는 당황했고 급히 엎드려 깨진 그릇을 수가하려고 하는데 들리

는 말, “괜찮으세요? 다치지 않으셨어요? 옷은요?” 연거푸 들리는 젊은 여성의 말, 고개를 들어보니 안주

인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내게 하면서 내 옷을 살폈고 이상이 없음을 보곤 곧 엎드려 깨진 그릇 조각을 주우려는데

그 남편이 오더니 그가 먼저 줍기 시작한다. 그러자 여자는 곧 주방으로 가서 다시 콩나물국과 숟가락을

내 앞으로 가지고 와서 안전한 자리에 놓으며 “마음 쓰지 마시고 즐겁게 드세요.” 하고 웃는다. 어느 식당

을 가더라도 손님이 그런 실수를 하면 주인은 그렇게 할 것인데도 나는 처음 격는 일이라서 그런지 처음

당황이 다음 안도로 그리고 즐거움으로 변한다.

 

오리구이를 다 먹고 여느 구이 식당처럼 볶음밥 코스, 이 볶음밥에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 약간 매콤한 맛

이, 아마 동남아의 어떤 재료를 사용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식당에서 먹어보지 못한 볶음밥

맛이었고, 내 입에 잘 맞아서 어쩌면 오리구이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을 한다.

 

형님이 계산을 하셨고, 그리고 젊은 부부의 인사를 받으며 밖으로 나와 차 문을 열고, 눈에 보이는 책(문

득 153), 나는 한 권을 들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니 여자가 다시 들어서는 나를 보면서 “뭐 필요한 것

있으세요?” 하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손에 들린 책을 건네주니 “작가님이세요?” 하면서 기쁘게 받아든다.

나는 “깨진 그릇 값입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뒤에서 들리는 말 “ 잘 읽겠습니다, 작가님!”

 

오늘(5월 20일)은 대전, 내일은 병점, 그리고 다음 주 수-금은 진주와 마산.... 일정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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