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79
[포상 휴가 3]
이제 차는 진안 마이산을 향하여 천천히 이동한다. 일반 도로, 신작로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아주 작은 마을길조차 포장도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금산에서
진안까지의 도로,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는 느낌 외에는, 대체적으로
시골 마을들의 옹기종기한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작은 고개를 넘으면서 눈에 뜨인 마을 입구 표지판에서 본 마을 이름이 상마수리,
그리고 그 밑에 중마수리, 그 고개를 거의 다 넘어가서 본 마수리라는 글을 보면서 나는 픽 웃는다.
어릴 적 친구들과 놀면서 썼던 말 “수리수리 마수리” 라는 말이 생각나서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마을 이름들, 특이한 이름이 많다, 경기 광주에 가면 퇴촌, 무수리가 있는데 어떤
이는 퇴촌은 퇴기들의 마을이며, 무수리 역시 궁에서 잡일하던 여자들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
이 기억난다. 하긴 특이한 이름도 많은데, 그런 이름들을 소개하자면 꽤 많은 지면이 필요 할 것이다.
마이산 남부주차장에 차를 대고 안내표지판을 본다. 잠시 산을 오를까 생각하다가 시간을 계산하니
아무래도 무리, 잠시 쉬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렇게 마이산을 출발해서 함양 쪽으로 길을 잡고 가다가
만난 육십 령 고개, 내 생각으로 국내의 모든 령이라 부르는 고개를 다 넘었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이
길도 함양에서 마이산으로 넘어온 기억이 있는 길인데, 전혀 다른 느낌이다.
회전구간이 정신없다. 핸들을 돌리면 곧 돌리고 다시 돌리고를 반복하는데, 한계령, 미시령, 대관령,
백봉령, 비행기 재, 청송에서 영덕 등, 고속도로가 아닌 높은 고개를 다 넘어보았지만 이곳처럼 구비가
급한 고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함양에서 넘어올 때는 왜 못 느꼈을까? 싶을 정도였다. 대체적으로
모든 높은 고개들도 도로는 어느 정도 완만한 구비를 이루는데 이곳은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팔이 바
쁘다. 하지만 정상에서 함양으로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다. 그저 다른 고개의 내리막 정도의 구비와
경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육십 령을 오르면서 정상에서 차 한 잔 하며 풍경을 보겠다는 나의 계산은 착오였다. 정상에 있는 휴게
소는 폐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잠시 차를 세워두고 주변을 돌아볼 수밖에 없는, 그러고 보니
일반도로에서 휴게소나 편의점을 만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심지어 마을을 지나면서도 작은 구멍가
게조차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제 일반도로를 가게 되는 경우에는 적어도 읍 단위의 마을에서 필요한 음료 정도는 구입하는 것이
지혜로운 여행 방식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되어준다. 함양을 지나면서 지금은 문단활동을
하지 않는 지인이 생각난다. 책을 잘 받았노라며 나를 부러워하던 그, 먹고 살기 바쁘다며 아쉬운 목소
리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던 그였는데,
산청 쪽으로 길을 잡으며 성심원을 건너다본다, 작은 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나환자 촌, 닭을 치고 계란을
팔아 생활하던 그 사람들, 이제는 작은 주택들이 들어차있고 풍경 좋은 마을이 되어 있었다. 벌써 30년
도 지난 시절, 단성으로 농활을 다녔을 때가 떠오른다. 그 때 처음 먹어본 진주성 주변 장어마을에서 먹어
본 장어구이도......
*오늘과 내일 강원도 화천에서 개최되는 평화 기념비 건축을 위한 포럼에 참가하고 비무장 지대를 돌아보는
행사에 다녀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