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83
[포상 휴가 7]
세트장을 출발해서 저도 가는 길을 잡는다.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은 고개를 넘으면 작은 어촌이 있고
어촌을 지나면 다시 고개를 만나는 일의 계속이다. 다시 말하지만 작은 구멍가게도 보지 못했다.
고개를 오르고 내려가는 동안 바다를 볼 수 없다. 바다는 어촌과 함께 동거하고 있고, 그 외에는 산
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바다를 바라보며 여행하기에는 동해선이 제일이라 생각한다. 울진에서 고성까지는 그
렇게 가 보았지만 부산에서 출발해서 고성까지 2~3일 올라갈 생각은 있지만 아직 실행하지는 못했
는데, 이 글을 쓰면서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다. 거제의 섬도 돌아볼 만 하다. 남해
도 괜찮고, 그렇다고 세트장에서 저도 가는 길이 그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기는 부산
의 태종대도 30여 년 전에는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좋았는데, 지금은 숲 때문에 산책하면서 바다를
보기가 쉽지 않다.
고개를 오르면서 차의 속도를 최저로 가게 한다. 사람이 걷는 표현대로라면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무릎이 힘들어 해서 손으로 무릎을 누르면서 그 힘으로 산을 오르는 것처럼 그런 속도로 오르는데
그 기분이 묘한 긴장과 즐거움을 준다. 금방이라도 힘들어서 못가겠다고 떼를 쓸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운전을 했는데, 다시 생각해도 재미있다.
저도에 도착해서 콰이강의 다리를 건넌다. 영화에서 본 그런 느낌까지 바란다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하긴 낮에 걷는 것으로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밤의 풍경은 좋아 보였는데, 저도에서 만난 식당과 편
의점, 나는 그곳에서 음료를 마신다, 바다를 보면서, 그리고 다시 돌아와 차를 끌고 저도로 들어간다.
한 바퀴 돌아보려는 생각에서였는데, 조금 들어가니 마을이 있고 그곳에서 도로는 끝이 난다. 등산복
차림의 몇 사람이 그곳을 지나 산길로 들어간다.
그리고 돌섬 해상 유원지로 길을 잡았고, 30분에 한 번씩 있는 배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니 돌섬이
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저 산책 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될 곳이다. 그런데 여기서 파도소리 길을 만
났고 짙은 파도소리를 듣는다. 세트장의 파도소리 길은 그 이름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돌섬 안에는 매점이 하나 있다. 기념품과 음료 등을 파는. 식사를 생각했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물론 컵라면이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았지만, 조류원이라는 표지는 부끄럽다. 오직 닭과 토끼뿐인 곳
이니 차라리 토끼 장, 닭장 이라는 팻말을 세우는 것이 더 정직할 것이다. 출렁다리도 있다. 그러나
내 느낌으로는 유치원생도 겁낼 필요가 없는 출렁다리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돌아본 곳을 관광지라 하지만 내 느낌으로는 관광화 시키지 못한 관광지라는 판단
을 할 뿐이다. 진주의 유등축제, 진주성의 수문장 교대식 같이, 거제 바람의 언덕 입구에 있는 매점
에서 맛본 바람의 핫도그(나는 핫도그를 즐기지 않는다. 그 이름이 재미있어 샀고,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바람과 함께) 여행객들을 유혹(!)할 만 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그리고 놀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리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마산에는 이런 관광지가 있으니 알아서 돌아보라는 그런 느낌
으로 돌아보았을 뿐이다. 마산 어시장, 주중이라서 그런지 한산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다음에는 진해를
중심으로 돌아볼 욕심을 마음에 담아본다. 벚꽃이 만발할 때쯤이 좋을 것이다. 이제 마산의 지인을 만
나러 가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