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92
[제주 포럼 1]
처음에는 이 행사에 참가할 것인가? 고민을 했는데, 그 이유는 이 행사 공지가 발표되기 전에
의형제 모임을 제주에서 할 것으로 결정하고 각자 제주로 가는 길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이미 소개해 드린 것처럼 제주행 여객선을 왕복으로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내가 이 단체(대륙문인협회)에 가입한 후 처음 열리는 큰 행사였고, 그 동안 글로서 교제를 나
누던 작가들에 관한 궁금증도 있으므로 최종적으로 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2박 3일의 일정은 1회의 포럼을 기준으로 제주의 문화와 역사적 흔적을 돌아보는 것이었으므로
예전 몇 번의 제주 여행에서 만나지 못한 환경들을 만나게 될 것이기에 그 또한 내가 이 행사의
참석 결정에 근거가 되어주기도 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도 기억나는 것은 국립제주 박물
관과 현대 미술관이다.
물론 여행이라는 이름을 충족시켜주는 기회도 주어졌다. 중국 기예 단이 공연하는 공연과 오름을
걷는 시간도(이 길은 나의 피곤함이 걷기를 포기하게 한 길이다,) 그리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
낼 수 있는 놀이의 시간도, 이 행사를 준비하는 집행부의 노력이 한 땀 한 땀 모여 있는 알찬 시간
들의 연속이었다.
나는 여행을 끝내고 나면 필히 그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그 결과가 어찌되었든, 기록을 남김으로
서 한 가지, 즉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누리는 결과를 얻게 되기 때문이며, 다시 읽
을 때에 그 기억으로 즐거움을 얻기 위함이며, 또한 이 글을 독자들과 나눔으로서 다녀오신 분들
께는 추억을, 비경험자들께는 여행의 작은 정보를 나누어 드리는 보람을 누리기 때문이다.
아!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 몇 몇 독자들께서 글과 함께 사진을 소개해 주기를 바라는 분들이 계
신데, 물론 나도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그 사진의 용처는 오직 글을 쓰는데 사용될
뿐이라는 것이다. 여행기를 쓰면서 혹 불분명한 기억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글 외에 사진이나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데, 내 경험상 그것이 글을 읽을 때에 얻
는 상상력을 제어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잘못하면 오히려 글의 완성도와 글로 누리는 즐거움을 그
림(사진)이나 음악이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글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진이나 음악을 사용하시는 작
가들을 대할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는데, 그것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나 음악은 오히려 작가의 글
에 대한 기대감과 감동을 상당하게 방해하기 때문이며, 또한 글 외에 글을 이해시키기 위한 그림을
너무 여러 장 사용함으로서 오히려 글의 느낌에서 벗어나게 하기도 한다는 것이 내가 다른 작가들
의 작품을 대하면서 깨닫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 포럼에 다녀 온 글을 쓰려고 시작한 글의 서론이 쓰다 보니 전혀 다른 글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미 이렇게 시작된 글이니 이 글에서도 독자들께서 개인적으로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나는 그
것으로 족하게 여기려 한다. 그렇다고 이미 이만큼 써내려온 글을 다시 지운다는 것은 내가 내 글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글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 내가 한국인이기에 내가 쓰는 우리말과 글을 존중하고자 하는 나의
작은 성의가 이 글도 쓰게 한 것이기에 그대로 소개해 드리며, 다음 회부터 제주 포럼을 다녀오면서 보
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여러분께 나누어 드리도록 하겠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고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