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93
[제주 포럼 2]
김포공항 22일 오전 9시 30분 집결, 나는 이 시간을 보면서 작은 고민을 했다. 조치원에서
김포까지는 적어도 3시간의 거리, 청주까지는 30분 거리, 어쩌면 청주공항을 이용하면 나
는 적지 않은 시간과 피로감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역까지 왕복 요금이면 청주공항
주차료는 충분히 상쇄될 것이므로 개인적으로는 편한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포로 가기로 결정한다. 그분들과의 첫 대면이며 첫 여행이므로 처음부터 회원으
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가입한 단체와의 관계에서 내 의무는
다 해야 한다는 묘한 고집스러움이 있다. 권리는 때로 여러 이유로 얻을 수 없다 해도 의무
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가입한 단체에서 회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러다가 문
제가 있어 그 단체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그 단체와의 성격이나
생각이 나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 한 마디로 변명을 하는데, 그것은 나의 정당성을 위해 상
대의 부정이나 단점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며, 그 단체 역시 단점이 있듯 장점도 있
고, 그 장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오전 6시에 집을 나서서 서울 역으로, 김포로 길을 잡는다. 9시 경이면 김포 도착할 것이라는
계산은 오산이었다. 서울 역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역시 길을
떠날 때에도 시간 계획 속에 여유의 시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으니
그것도 배움의 한 가지일 것이다. 예산 속에 비상금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이미 여러 분이 와 계셨고, 그 중 다른 모임에서 익힌 얼굴도 있어 반가웠다. 더불어 글에서
기억했던 이름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과 내 이름을 기억하신 분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인사
를 나누는 것 또한 나를 즐겁게 해 준다,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나를 인정하고 나를 반갑게 대
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나의 인생을 작은 감동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제주로 직접 오기로 한 회원 몇 분을 제외한 참가자들은 인솔자의 도움을 받아
항공권을 지급받고, 그렇게 비행기를 타는 방식은 모두가 아는 방식이다. 시간이 되어 비행
기는 활주로를 따라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면을 박차고 오를 때 내는 굉음, 아! 나는 왜 그 소리를 들으면서 아버지께서 달구지를 끌
고 가려고 소의 목에 멍에를 올릴 때 머리를 쳐들며 음매~~ 하고 아기 소를 찾는 어미 소의
울음소리를 들었을까? 귀를 때리는 그 엄청난 소리에서 그런 느낌을 얻다니, 벌써 여러 번
비행기를 타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것을, 그리고 비행기가 흔들릴 때 마다 나는 왜 달구지에
방석 하나를 얹고 그 위에 앉아서 꾸뻑꾸뻑 졸던 그 시절이 떠올랐을까?
신작로, 비포장도로이지만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깊은 웅덩이를 모래와 자갈로 덮고,
울퉁불퉁한 길을 나름 평편하게 해 놓았지만 그럼에도 자갈들과 작은 웅덩이 때문에 덜컹
거리던 고향, 진상리의 신작로, 나는 기체가 기류에 흔들릴 때 마다 그 신작로를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기억 하나. 소를 격려하기 위해 작은 채찍으로 소의 엉덩이를 치면서
이랴! 이랴! 하시던 아버지의 소금기 가득 찬 등과 허리, 내 아버지는 이런 비행기 한 번도
못 타 보시고 가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