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94
[제주 포럼 3]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가이드를 겸한 버스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굳이 기사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그 분의 수고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관광버스 기사의 수고는 동일 할 것
이다. 자신이 안내하는 일정동안 승객들의 편안과 즐거운 여정이 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
기 때문이며, 손님들로부터 긍정적인 평을 듣는 것이 다음을 위해 좋을 것이기 때문인데,
이 기사는 이미 집행부와 안면이 있는 관계였다. 곧 집행부가 신뢰하는 안내자인 것이다.
그것은 이박 삼일 일정에서 그가 한 모든 행위에서 드러난다. 제주 토박이어서 제주의 언어와
제주의 풍속과 제주의 환경에 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그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언변, 물론 점수로 치자면 100점은 아니겠지만 98점 정도는 충분할 것이다. 그 이유는 마지막
날 제주 기념품 가게를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한 그의 말이 너무 솔직했기 때문이다.
그가 한 말, 단체 관광을 해본 분들이라면 모두가 이미 알고 계시는 내용이다. 식당 결정, 또는
기념품 가게 결정 등, 여러 곳에 기사와 업주 사이의 관계에 관해서, 물론 관광객들도 그 부분을
인정한다. 자신들을 위해 여러 날 수고하는 기사가 그 정도의 대가(?)를 얻는 것은 당연, 또는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것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사들은 그런 내용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제일 좋은 곳, 제일 유명한 곳, 제일
맛있는 곳 등등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끝내고, 일행 역시 그 말의 일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일부분
은 그 속내를 알아채기도 하는, 곧 쉬쉬하면서 비밀이 아닌 그런 방식의 내용이니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는 내용인데,
이 기사는 그 부분에 관한 솔직한 설명을 우리에게 해 준다. 처음 그 말을 들으면서 조금 어색했지
만 오히려 그 말에 공감을 하는 나, 아니 우리 일행은 그의 말에 대부분 수긍하면서 오히려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기념품점에서 나오는 일행들의 손에 들린 봉투를 보면서 어쩌면 생각 외의 지출
을 해 주고 있다는 판단을 했으니 말이다. 물론 나 역시 계산하지 않았던 와인과 쵸코렛을 더 샀으
니 말이다.
내가 생각한 것은 제주의 특산주인 고소리 술이었다. 처음 제주 여행에서 맛 본 술인데 40%정도의
독한 술임에도 내 입에 잘 어울려 주었기 때문이었고, 내가 술에 관한 글을 여러 번 썼을 뿐 아니라
연작시 술을 27편이나 썼으니, 술꾼인 것은 맡는데 그렇다고 술에 잡혀 사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즐길 정도의 양만 마실 뿐이다. 그 후에 술에 관한 글을 소개했고, 그 덕분에 독자에게서 몇 번 고소
리 술을 선물 받기도 했는데, 이곳에서는 아내와의 나눔을 위해 와인을, 아내의 입맛을 위해 쵸코렛
을 구입했으니 말이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지만 마라도의 짜장면은 한 번 드시기를 권해드린다. 새우와 오징어로
맛을 낸 그 맛이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음식은 모든 여행자들이 기본적으로 먹어보는 음식들을
우리도 먹었기 때문이다. 제주 흑돼지, 생선 회 같은 것 말이다. 아! 생각하지 못한 음식, 첫 날 점심으
로 먹은 전복죽은 내게 참으로 좋은 음식이었다.
따라서 제주 여행을 하신 분이라면 다들 잘 아실 곳을 소개하지 않고, 내 나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한
부분만 두세 번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같은 것을 보고 경험해도 느낌과 판단과 생각은 각기의 성품과
성격과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니 나는 내 안에 있는 것들로 이 글을 채워 나가고자 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