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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96/ [제주 포럼 5]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07.24|조회수9 목록 댓글 0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96

 

[제주 포럼 5]

이번 회에서는 제주 포럼 행사 중 한 번의 공연을 관람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공연은

중국 기예단의 공연이었는데, 대부분 잘 알고 계시듯 자전거 묘기와 체조 그리고 특이한 공연

은 오토바이 공연이었다.

 

공연장으로 가는 길, 기사의 설명 중 출연자들의 연령대를 말하면서 혹 관람객 중에서 그 어린

아이들의 공연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시는 이들도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한다. 그들은

부모들의 허락과 응원 속에서 훈련을 받았고 숙달된 실력으로 공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공연으로 즐기면 된다는 말이었다.

 

하긴 티브이에서 어쩌다 보는 내용이기는 했고 어린 아이들이 출연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지만 막상 눈앞에 보이는 작고 여린 여자 아이, 그리고 출연자 전부가 적어도 고등학생 정

도까지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팀이었고(물론 오토바이 공연을 하

는 남자들은 성년이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일곱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도 있었으

니 안타까워하는 관람객이 있다는 것도 수긍이 가는 설명이었다.

 

자전거 묘기나 체조 같은 묘기들은 대부분 티브이를 통해서라도 아실 내용들이니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데, 오토바이 공연은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내가 보기에 지름이 5미터

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원통형 기구 안으로 오토바이 네 대가 들어가서 회전을 하는데 곧 충돌할

것 같은 그런 좁은 공간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운행을 한다. 정말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공연인데,

문득 드는 생각이 나를 붙잡아 버린다.

 

내 어릴 적,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없다는 한탄을 하시거나 입 하나 줄여야 한다하시며 어린 자식

을 서울의 어느 댁 식모로 보내는 어른들의 한숨이 기억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읍내의

철공소로, 버스 차장(승무원)으로 보내며 자식의 등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 어쩌면 저 공연자

들도 그런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저렇게 나섰을 것이다.

 

하긴 학창시절에 흔히 말하는 공돌이 공순이들에게 이년 여간 달동네 천막에서 야간 학교를 통해

그들을 가르쳤던 나로서는 이미 그들을 통해 들은 여러 말들이 있기도 했고, 심지어 삼남매가 연탄

가스로 죽음을 당하므로(그 중 한 여 청년이 내게 배웠다) 함께 장례를 치룬 경험도 있었으니, 그들

의 형편이 우리들의 그 시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훈련을 하면서 얼마나 많이 다쳤었을까? 자전거 묘기를 보이는 여자아이, 자기의 어깨에 올라탄

동료는 동료가 아니라 고향의 가족들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어린 아이들이 이런 단체에 들어

와서 훈련생이 되고 싶어 했을까? 어떻게 해서라도 가난을 벗어나고 온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하고 싶었을까?

 

지금도 월급을 받으면 자신의 용돈 얼마를 남겨두고 고향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있겠지, 우리 어른

들이 사우디 같은 열사의 나라에 가서 노동으로 번 돈을 고국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보냈고 가족들

은 그 돈으로 생활했던 것처럼 말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출연자들이 도열해서 인사를 한다. 어느 관람객이 한 소녀에게 손을 내밀

어 악수를 청하는데, 그 손님을 바라보며 어색한 표정으로 사양하는 아이의 눈길이 내 마음을 아프

게 한다. 나는 그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그들을 응원하며 공연장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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