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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97/ [제주 포럼 6]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07.26|조회수19 목록 댓글 0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97

 

[제주 포럼 6]

이제 제주 포럼의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특별히 쓸 내용은 없지만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것은 내 손에서 떠나지 않던 휴대폰 때문이다.

 

휴대폰을 산 지 이제 삼 년이 조금 넘었는데, 처음 폰을 살 때 작은 아들에게 한 마디 들었었다. 가격

에 비해 그다지 좋은 제품은 아니라고 하면서, 그래도 나는 그 폰을 아끼며 사용했고, 내 뒷주머니에

서와 침대 한 쪽, 그리고 책상 옆에서 나의 필요 도구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제주 포럼 첫 날 오후부터 숨을 잠깐 멈추고 살려놓으면 다시 멈추고를 반복한다. 덕분에 첫

날 오후부터 내가 기록으로 남기려고 생각하던 배경들(나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기행문을 쓸 때

기억이 불분명한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고자 하는 욕심으로 필요한 배경은 사진을 찍는다.)을 하나도

찍을 수 없었다.

 

둘째 날, 결국 폰은 사망했고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휴대폰이 기능을 멈

추자 머릿속에 기억나는 것은 아내의 전화번호 뿐,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결국 동행

했던 한 분에게 그분의 휴대폰으로 그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제주의 맏형에게 연락을 해서 아내에게

알려주기를 부탁했다.

 

토요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김포에 도착해서 몇 분과 점심을 겸한 반주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에 전화를 넣으려고 공중전화롤 이용하려고 했는데 전화기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옆의 전화롤 이용

했지만 그 때는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것 참!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에게 들은 말, 처음 모르는 전화가 오기에 내 전화인 것 같아 받아서 말을 해도 대

꾸가 없었단다. 그리고 세 번째 전화는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받지 않았다고 한다. 곧 두 번의 전

화는 수화기가 고장 났던 것이고, 마지막 전화는 요즘 기승을 부리는 못된 전화일지 몰라서 아내가 거부

했던 것이다.

 

결국 토요일과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이 글을 쓰는 오늘) 서비스 센터에 같더니 사망신고를 한다. 그

러면서 기사가 권하는 말, 메인 보드를 교체하면 얼마간 사용 가능하지만 자신들이 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사진, 글, 전화번호는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갑자기 머리

가 텅 비는 느낌이다.

 

아들에게 연락을 했다. 사정을 말하니 예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하면서 내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래서 네가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더니 그럼 며칠 기다리라고 한다. 하긴 아들은 내 휴대폰을 구입하

기 위해 인터넷을 뒤질 것이다. 그리고 가장 적당한 가격대에 맞는 휴대폰을 구입할 것이고 내게는 택

배로 도착할 것이다.

 

휴대폰이 오는 날까지 나는 어두움에 속해야 한다. 그리고 명함 모아둔 것을 찾아 필요한 이의 전화번호

를 찾아놓고, 휴대폰을 받으면 그 때 내가 속한 단체의 필요한 분들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입력하는 수고

를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답답하다. 많이들 기다릴 텐데, 소개할 글들은 문서함에 쌓

이는데...... 글을 맺으며 수고하신 대륙문인협회 집행부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글을 쓴 후 휴대폰을 구

입했는데, 번호 이동을 하고 확인해보니 사진과 전번은 삭제되었고 톡, 밴드 등은 살아있는데 그 안의

모든 내용은 삭제되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서 제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실 분들은 010, 6646 - 5164로 알려주시면 감사하

겠습니다. 저도 찾을 수 있는 데까지는 찾아서 입력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 글은 6월 30일 경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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