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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그 여자의 이혼 2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08.16|조회수10 목록 댓글 0

그 여자의 이혼 2회

 

2

한여름의 민원실은 에어컨을 틀어놓았지만 후덥지근하다. 그 보다 먼저 와서 순서를 기다리는

몇 쌍의 남녀가 어색하게 앉아있었고 몇 사람의 직원은 업무를 보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무실 한쪽의 문이 열리더니 남자 직원 한 사람이 나오면서 ‘차성명씨, 하누이씨 안으로 들어

오세요.’ 하고 이름을 부르자 한 쌍의 남녀가 어색한 걸음으로 남자를 뒤따라 들어간다.

 

나분출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후 1시 40분. 법원 출두 서에는 2시까지 오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출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직까지 그의 아내인 조정녀가 오지 않는 것이다. 은근히

짜증이 난다.

‘이 년은, 조금 일찍 와서 기다리면 안 되나? 어떻게 한 번도 무슨 일이든지 일찍 하는 경우가

없으니.’

나분출은 속으로 그의 아내였던, 아니 지금도 법적으로 아내인 조정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아들을 통해서 오후 1시30분까지는 법원 민원실에 와서 기다릴 것을 전하라 그랬고 아들도 확실

하게 전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녀는 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또 다른 이혼 예정 부부가 그 남자의 호명을 듣고 그 남자의 뒤를 쫓아 사무실 안으로 들

어간다. 민원실에서 보기에는 안쪽에 사무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안쪽에 복도가 있

고 그 복도 끝에 법정이 있는 것이다.

먼저 들어간 쌍은 아마 다른 출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이쪽으로는 나가지 않았고 판

사실에서 두 세 쌍을 한 번에 불러 들여서 판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후 1시 52분, 민원실 출입문이 열리더니 그의 아내인 조정녀가 장지갑을 겨드랑이에 끼고 양산

을 접으며 안으로 들어선다. 아이보리색의 민소매 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어울리지 않게 청바

지 밑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오른 손에 장지갑과 접은 양산을 들고 왼 손으로 이마를 쓸면서 들

어서더니 그를 보고는 눈 꼬리를 치켜뜨면서 ‘흥!’ 하고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

 

분출은 그런 정녀를 보자 오랫동안 참았던 욕구가 슬며시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얼굴이 뜨거워진다.

그러고 보니 정녀와의 잠자리를 안 한지도 일 년 하고도 더 지났다. 일 년이라는 기간은 그녀와의 별

거 기간이었다. 더 지났다는 것은 그 전에 언제 관계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 년 오

개월? 이년? 그는 이런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들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인다.

 

분출의 옆에 빈자리가 있었지만 정녀는 그 자리에 앉지 않고 민원실 한 구석에 놓여있는 자판기에

가서 커피를 뽑으려고 동전을 넣는다. 동전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분출의 귀에도 들린다. 정녀가 커

피를 뽑는다는 것을 생각하자 분출도 커피 생각이 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녀 뒤로 가서 동전을 넣

고 커피를 뽑을 생각은 없다.

 

‘커피정도는 자기가 타서 마시면 안 되나?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커피포드에 물만 붓고 물 끓으면 타

마시면 될 것을 꼭 나보고 타 달라니, 어느 집 신랑은 마누라 것도 타서 갖다 바친다던데, 에구! 이년

의 팔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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