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3회
지금 정녀는 커피를 뽑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커피가 다 내렸는지 분출의 곁눈질에
관심 없다는 듯 정녀의 손이 자판기에서 커피 잔을 꺼내려고 출구 안으로 쑥 집어넣는데.
“나분출씨 조정녀씨!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까 그 사내가 문을 열고 그들을 부르는 것이다. 정녀는 커피를 꺼내서 한 모금 마시려다 말고 자신을 부르
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커피 잔을 쓰레기 통으로 던져 넣고는 앞서가는 나분출의 뒤통수를 보면서 코웃음
을 한 번 ‘흥!’하더니 또각또각 하이일 소리를 간격에 맞춰 내면서 뒤를 쫓아간다.
법정은 민원실에서 안으로 들어와 십 미터정도 복도를 지나서 있었다. 그들을 부른 사내가 문을 열더니 한 옆
으로 비켜 서준다. 나분출이 앞에 들어서고 조정녀가 곧 그 뒤로 들어가자 안에서 또 다른 사내 한 명이 손으로
의자를 가리킨다. 거기 앉으라는 신호이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가서 앉는다. 두 사람이 앉은 자리
앞에는 긴 탁자가 놓여있었고 그들이 앉은 자리에서 사오 미터 떨어진 곳에 한 계단 정도의 높이로 단이 놓여
있었으며 그 중앙에 적당히 큰 탁자와 그 위에 몇 뭉치의 서류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오십 줄에 들어 보이는
여 판사가 검은 법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여 무슨 서류를 들여 보다가 그들이 자리에 앉는 것을 보자 눈에 걸친
안경을 벗어 들고는 판사실 왼쪽에 앉아있던 사내를 힐끗 쳐다본다.
사내는 판사의 눈짓을 받자 곧 일어선다. 한 손에 서류 몇 장이 들려있었다.
“우선 본인인지 확인하겠습니다.”
“나분출씨! 본인이 확실합니까?”
나분출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무의식적으로 엉덩이를 의자에서 뗀다.
“아! 그냥 앉은 채로 대답하시면 됩니다.”
사내의 말에 분출은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걸치며
“예! 맞습니다.”
“그럼 주소를 말해보세요.”
“제 주소는 탐라국 욕구도 마니시 챙기구 가지동 667번지입니다.”
“주민번호는요?”
“610311-187****입니다.”
“조정녀씨! 본인이 확실합니까?”
“예, 맞습니다.”
“주소를 말해 보세요.”
“탐라국 욕구도 마니시 나누구 먹지동 978번지입니다.”
“주민번호는요?”
“630718-278****입니다.”
사내는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는 판사 쪽으로 몸을 돌리며
“신원이 확실합니다.”
하고 보고를 한다.
두 사람이 사내의 질문에 답을 하는 동안 판사는 안경을 다시 코에 걸치고는 무슨 서류인지 계속 들여 보면
서 때로는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는지 휙 돌리기도 하고 밑줄을 긋는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손을 움직
이기도 하다가 다시 안경을 벗으며 두 사람을 내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