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소설 수필 산문

그 여자의 이혼 4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08.21|조회수8 목록 댓글 0

그 여자의 이혼 4회

 

“주소가 다른 것은 별거중이라는 건가요?”

판사의 질문에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예!’라고 답을 하자

“얼마나 되었지요?”

하고 묻는다.

“일 년 되었습니다.”

분출이 답을 한다.

그러자 판사는 잠시 두 사람을 내려 보더니

“그럼 두 분은 일 년간의 별거를 통해서 이혼만이 최선이라고 결정을 하셨다는 말이네요?”

이번에는 정녀가 답을 한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일 년간 별거를 했지만 아무래도 서로를 위해서 이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정녀의 답을 들으며 판사는 고개를 끄떡인다. 정녀는 속으로 ‘야호! 판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이제는 저 남자에게서 완전하게 해방되겠구나.’ 하면서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짝 웃는데

분출의 얼굴은 굳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이혼을 하기로 했고 그에 따라 법정에 왔지만 차마 마음

이 편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분출은 조정녀의 완강한 고집에 밀려 이혼을 하기로 작정 하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조강지처라고 아직까지 살아온 날들을 보아서라도 아내인 조정녀의

마음이 풀어지기를 기대했었고, 아주 작은 희망이겠지만 법원에서라도 이혼 불가 판결을 기대하

고 있었는데 여기서도 조정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 할 뿐인 것이 불편한 것이다.

 

잠시 판사가 뜸을 들인다. 분출과 정녀는 판사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긴장된다. 분출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정녀의 귀에 들린다.

“지난 일 년 동안 두 분이 별거를 하셨고, 이제 합의 이혼 서류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합니다.”

 

이제 이혼이 되는 것이다. 정녀는 그 사내를 생각한다. 그 사내는 정녀가 이혼한 여자인 줄 알고 있

었다. 처음 어색하게 만난 사이였지만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가 어느 정도 어울리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내와 재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저 좋은 친구 정도이거나 아니면 함께 데이트나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사내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하긴 그녀의 가까운 친구도 그런 말을 했었다.

‘야! 미쳤냐? 그만큼 신랑한테 데였으면서 무슨 재혼이냐. 그렇다고 네가 굶는 형편도 아니겠고, 아

들도 이제는 벌고 있고 딸도 엄마를 보태주지는 않겠지만 저 결혼할 준비는 벌어서 할 테고, 너는

너 대로 아직 버는 나이고’

 

이제 이혼은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판사의 입에서 뜬금없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게 무슨 말이야? 서류에는 문제가 없는데 그러나 라니?’

정녀는 귀가 의심스럽다. 이게 무슨 의미를 나타내는 것인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