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4회
“주소가 다른 것은 별거중이라는 건가요?”
판사의 질문에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예!’라고 답을 하자
“얼마나 되었지요?”
하고 묻는다.
“일 년 되었습니다.”
분출이 답을 한다.
그러자 판사는 잠시 두 사람을 내려 보더니
“그럼 두 분은 일 년간의 별거를 통해서 이혼만이 최선이라고 결정을 하셨다는 말이네요?”
이번에는 정녀가 답을 한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일 년간 별거를 했지만 아무래도 서로를 위해서 이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정녀의 답을 들으며 판사는 고개를 끄떡인다. 정녀는 속으로 ‘야호! 판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이제는 저 남자에게서 완전하게 해방되겠구나.’ 하면서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짝 웃는데
분출의 얼굴은 굳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이혼을 하기로 했고 그에 따라 법정에 왔지만 차마 마음
이 편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분출은 조정녀의 완강한 고집에 밀려 이혼을 하기로 작정 하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조강지처라고 아직까지 살아온 날들을 보아서라도 아내인 조정녀의
마음이 풀어지기를 기대했었고, 아주 작은 희망이겠지만 법원에서라도 이혼 불가 판결을 기대하
고 있었는데 여기서도 조정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 할 뿐인 것이 불편한 것이다.
잠시 판사가 뜸을 들인다. 분출과 정녀는 판사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긴장된다. 분출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정녀의 귀에 들린다.
“지난 일 년 동안 두 분이 별거를 하셨고, 이제 합의 이혼 서류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합니다.”
이제 이혼이 되는 것이다. 정녀는 그 사내를 생각한다. 그 사내는 정녀가 이혼한 여자인 줄 알고 있
었다. 처음 어색하게 만난 사이였지만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가 어느 정도 어울리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내와 재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저 좋은 친구 정도이거나 아니면 함께 데이트나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사내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하긴 그녀의 가까운 친구도 그런 말을 했었다.
‘야! 미쳤냐? 그만큼 신랑한테 데였으면서 무슨 재혼이냐. 그렇다고 네가 굶는 형편도 아니겠고, 아
들도 이제는 벌고 있고 딸도 엄마를 보태주지는 않겠지만 저 결혼할 준비는 벌어서 할 테고, 너는
너 대로 아직 버는 나이고’
이제 이혼은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판사의 입에서 뜬금없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게 무슨 말이야? 서류에는 문제가 없는데 그러나 라니?’
정녀는 귀가 의심스럽다. 이게 무슨 의미를 나타내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