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5회
분출 역시 그랬다. 판사의 그러나, 라는 말이 분출에게는 작은 희망의 단어로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두 분은 앞으로 삼개 월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삼 개월의 조정 기간이라니요?”
정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르셨나요? 법이 이달 초에 바뀐 것을요?”
법이 바뀌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인가?
“모르고 계셨던 모양이군요. 시간이 없어서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두 분은 앞으로 삼
개월 간의 조정 기간을 지내셔야 합니다. 합의 이혼이시고, 자녀 양육에 관한 문제도 없고, 재산 분할
에 관한 문제도 없고 모든 부분에 문제는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혼 판결이 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안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조정기간 동안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우리 직원이 설명해 줄 것입
니다. 그대로 하시고 삼 개월 후에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말을 마친 판사가 문 앞에 서 있던 직원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곧 그 직원은 두 사람을 따라 나오라고
한다.
3
우습다.
조정기간이라는 것도 우습고, 그 기간 동안 상담을 담당한 변호사에 관한 소개도 우습다. 분출의 느낌
대로라면 분명 판사와 변호사는 짜고 고스톱을 치는 것과 같다.
직원이 하는 말대로 라면
“조정 기간 동안 두 분의 상담을 기록할 변호사가 있어야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잘 아는 분을 소
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자세하게 설명을 해 드리고 조정기간동안 두 분에 관한 것을
기록하게 되겠지만 두 분도 따로 조정기간동안의 일을 기록하셔야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조정기간동안 기록을 해야 할 것이 있다니, 세상에 무슨 이런 뚱딴지같은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우선 두 분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식사를 하셔야 합니다. 가정에서 하셔도 좋고 외식을 하셔도 괜찮습
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가족이 식사를 하셔야 하며, 온 가족이 안 되면 가족 중 누구라도 한 명 이
상 함께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 개월 되는 마지막 주에는 이박삼일 이상의 두 분만을 위한
여행을 하셔야 하고, 이 모든 것을 두 분 각자가 기록을 하셔야 하며, 변호사는 두 분이 변호사에게 상담
하는 것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기록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록물, 저희는 ‘조정기간 시행 보고
서’라고 공식적으로 말을 합니다만. 나분출선생님과 조정녀여사님의 기록물과 변호사의 기록물을 법원
에 제출하시면 그 때 다시 판결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소개하는 변호사님은 이 분야의
전문가이시니 두 분에게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라고 하는데, 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다면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내가 소개하는 변호사를 통
하는 것이 좋을 거야!’ 하는 느낌이다. 물론 이 느낌은 분출 뿐 아니라 정녀도 느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법무 계통에 문외한일 뿐 아니라 그 방향으로 줄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우
선 급한 대로 물에 빠진 놈이 썩은 줄이라도 잡는 것처럼, 목마른 놈이 샘을 파는 것처럼 그 직원의 소개
를 받은 대로 변호사를 찾아갈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