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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그 여자의 이혼 6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08.25|조회수7 목록 댓글 0

그 여자의 이혼 6회

 

“언제 시간 낼 거야?”

정녀가 짜증스럽게 분출에게 물었다.

“언제가는, 가능한 빨리 해야지.”

“그럼 내일이라도 시작해!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시간 정해지면 문자 넣어.”

정녀는 분출에게 통고하듯 말을 하고는 택시를 잡아타고 휭하니 가버린다.

 

정녀의 택시가 가는 모습을 보던 분출은 아무래도 변호사를 따로 만나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굳힌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정녀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쥐뿔도 법무 쪽에는 아는 사람이 없지만

분출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게 하려면 나름대로 변호사를 만나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분출이 없을 때 그 직원이 소개하는 변호사를 만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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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변기록은 법원 직원이 보내준 서류를 읽었다. 나분출과 조정녀의 이혼 건. 나분출은 가능한

이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으며 조정녀는 이혼을 원하고 있다. 이런 경우라면 두 사람 다 이혼을

원하는 부부보다는 돈벌이가 더 좋다.

 

우선은 법무부에서 주는 상담 사례비가 있다. 이것은 국가가 늘어나는 이혼 가정의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혼조정 기간 동안 변호사를 통해서 이혼을 철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

육지책으로 시간당 얼마의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대부분 쌍방이 다 이혼을 원할 경우에는 정부 지원 비용 외에 서류 기록에 따른 수수료 정도의 수입

밖에는 안되지만 한 쪽이 이혼을 반대하는 경우에는 달라진다. 반대하는 쪽을 잘 구슬리면 적지 않

은 추가 비용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긴 변변호사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무척이나 마음 아팠었다. 다른 변호사들은 큰 사건을 받

아서 큰돈을 벌고 있는데 자신은 그런 사건 하나 건지지 못하고 말이 변호사이지 대기업 부장보다도

못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 자신 스스로가 못마땅하다. 하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그것 아

니면 벌 수 있는 길이 없다. 그저 어디가도 변호사라는 명함이 그의 체면을 세워 줄 뿐이다.

 

기록을 거의 다 살폈을 시간에 두 곳에서 전화가 왔다고 사무장이 말을 해 준다. 곧 나분출의 전화와

조정녀의 전화였다. 변기록은 직원의 말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두 사람이 시작하기 전에 따로

따로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건은 분명 돈이 되는 건이다. 나중에야 판결이

어떻게 나든지 그것은 변기록의 관심 밖의 일이다. 그저 두 사람을 적당하게 다루면서 삼 개월 기간

동안 가능한 최대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 그로서는 필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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