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7회
변기록은 우선 두 사람에게 할 말을 준비했다.
“그렇습니까?”
“그렇겠네요.”
“아하! 저런. 저쪽에서 그러면 안 되는데.”
“가능한 당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두 분을 함께 만나는 장소에서는
당신 편을 들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도록 조심할 생각입니다.”
“글쎄요. 아무래도 당신이 바라는 대로 기록을 하려면 문맥상 당신에게 유리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은근하게 기록해야 할 테고 그리고 법원 직원과도 한두 번 식사는 필요할 것 같고 아! 그리고 판사
역시 내 얼굴을 괄시는 안하지만 그래도 내 체면이 있으니 빈 손 비비면서 당신 편으로 판결이 유리
하게 나도록 하기는 그렇고, 그게 그렇거든요.”
“내가 아무리 당신이 유리하도록 기록을 해서 넘겨준다 해도 결국 판결은 판사가 하는 것이잖아요.”
뭐, 이런 공통된 문제에 관한 말이었다. 따라서 이 말은 개인적으로 두 사람에게 다 해 주어야 하는
말이다. 이것만 따로 만나서 말해놓으면 그 다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두 사람의 만남에 관한 이야
기를 듣고 기록만 하면 되는 일이니 이번 일은 그런대로 돈도 되고 재미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
다. 시계를 보니 나분출이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두 시간 후에는 조정녀가 이리로 올 것
이다.
전화에서 알려준 대로 찾아가니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분출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
치면서 건물을 올려다본다. 오층 건물 오층 유리창에 변호사 변기록 이라는 글씨가 푸른 바탕에 흰 글
씨체로 크게 붙어 있었다. 법원청사 정문 앞 도로 건너편 골목으로 이십 미터 정도 들어가면 보이는 건
물이라는 여직원의 설명은 굳이 백 미터라는 거리를 말하지 않아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분출은 계단을 올려다보면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이 더위에 오층을 걸어서 올라간다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바로 옆 건물만 해
도 신축건물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건물에 누가 일감을 가지고
찾아올 것인가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법원 직원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변기록 변호사를 찾으세요. 전화번호는 여기 있습니다.’
직원은 명함을 분출과 정녀에게 한 장씩 주었다.
‘그 변호사가 이혼조정기간 기록을 가장 잘 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다른 변호사도 있지만 그 변호사가
가장 확실하게,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거든요. 우리 판사님과도 법대 동창이고요.’
분출은 셔츠를 두어 번 흔들어 가슴에 바람이 일도록 한 후에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층을
올라가니 가슴이 답답하다. 등에 땀이 흐르는데 꼭 파충류 몇 마리가 기어 내려가는 기분이다. 분출은
올라가면서 셔츠 단추를 다 풀어 버린다.
한참이나 헉헉대면서 오층에 올라선 분출은 셔츠의 단추를 잠그면서 잠시 숨을 고른다. 502호라는 호
실 번호가 쓰인 작은 간판 밑에 ‘변호사 변기록사무소’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분출은 문을 노크하는 것
과 동시에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