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9회
‘저, 선생님. 가능한 서두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부인께서도 선생님처럼 개인적으로
변호사님을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거든요. 물론 우리 변호사님은 그런 면에서 정확하신 분
이시기 때문에 선생님과 약속을 하셨으면 부인이 개인적으로 와서 더 많은 금액을 드릴 테니
유리하게 해 달라고 해도 안 들어 주실 분이지만 말예요. 하지만 서두르시는 것이 변호사님의
마음을 굳히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나분출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 곳에서 오백만원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
았다. 결국 여기저기 알만한 곳은 다 알아봐야 할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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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이 더위에 짜증이 나는데다가 이혼문제로 법
원을 들락거리는 것도 창피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것인데 더구나 변호사라는 작자의 말이 속을
뒤 짚어 버린 것이다.
‘개자식! 저런 놈들을 정부에서 변호사라고 면허증 주고, 가난한 서민들 피 뽑아 먹으라고 무슨
이혼조정 어쩌구 하는 기간을 만들고, 거기다가 국가 공무원도 아닌 변호사에게 그 정도의 권한
을 쥐어 주고 도대체 국회의원 놈들은 뭐하는 건지 이런 법은 왜 만들어 가지고, 개자식들, 그놈
들 중에서 적지 않는 수가 국회의원 임기 끝나면 변호사 개업할거 아냐! 아주 도랑치고 가제 잡는
놈들이야.’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욕을 하면서도 생각은 끝없이 한다. 그 돈을 어디서 만들 것인가? 삼백
만원. 하긴 만들려고 하면 안 될 것도 없다. 카드에서 대출을 받아도 그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눈뜨고 거저 빼앗기는 기분이고, 화장실에 있는 동안 도둑 왔다 가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못준다는 말을 하지도 못한다.
‘저, 사모님, 물론 사모님께서 이기시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런 경우 거의 남편분의 잘못이 더 많
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나오는 것이거든요. 더구나 판사가 여자 분이시니 더욱 유리할 겁니다. 하
지만 사회라는 것이 어디 그런가요? 칼 잡은 놈이 배따는 거고, 패 잡은 놈이 오야 하는 것 아닙니
까? 그저 원하시는 이혼하는데 들어가는 피치 못할 비용이라 생각하시고 그 정도는 준비를 해 주
셔야, 저도 여기저기 쑤셔볼 곳도 있고,’
반 협박 비슷한 분위기로 변호사를 대신해서 말하는 사무장의 말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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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분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식사를 하여야 합니다. 세 번은 그렇게 하시고 한 달에 한 번은
가족 모두가 함께 식사를 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우면 가족 중 누구라도 함께 식사를 하
셔야 합니다. 참! 가족이 몇 분이라 하셨지요?”
“넷입니다. 아들 하나 딸 하나요.”
“둘 다 성년이지요?”
“예! 둘 다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