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00
[증평을 다녀오다]
어떤 일정이나 약속이 없이 통째로 비워진 일주일, 그 중 1박 2일이나 2박 3일을 여행에 쓰기로
하고 밴드에 추천을 받았으며, 그리고 결정한 여행지는 증평이었다. 인터넷에서 증평의 가볼 만
한 곳 베스트 10을 통해 그 중 8곳을 선정했고, 열차시간을 보니 조치원에서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곳이기에 나는 이렇게 가까운 지역에 가 볼만 한 곳이 있다는 것에 기대를 하며 상황에
따라 1박 또는 2박을 하겠다는 결정을 한다.
그런데 극한 장마 뉴스가 올라온다. 잠시 걱정을 하면서도 일단 계획한 것은 실행한다는 나의
여행 고집에 비가 많이 와서 걷기에 불편할 때는 마을 정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 될 것이며, 그런
환경에서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면서 작은 가방에 우산
과 보던 책 한 권, 그리고 양말 정도를 챙겨서 조치원 역으로 나갔다.
충북선, 평생 처음 타 보는 노선이다. 충북 쪽의 여행, 곧 충주, 단양, 제전, 충남대 등을 갈 때는
차를 이용했기 때문인데, 열차 세 량이 전부였고 손님도 그리 많지 않는 노선이다. 어느 곳은 복
선이 아닌 단선이라는 느낌은 열차 밖을 보면서 판단하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 철도 노선에 단
선이 있다는 사실에 작은 놀라움을 얻는다. 물론 눈으로 확인 한 것은 아니지만,
증평 역에 내린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풍경은 개찰구까지 지하도나 육교가 아닌 철로를 통과해
서 걷는 것이다. 역사 내를 돌아보다가 본 증평문화여권 반가웠다. 관광지 또는 놀이동산 같은
곳에서 돌아보거나 사용해 보았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도장을 찍도록 해 놓은 것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증평 역 면을 찾아서 도장을 꾹 찍는다. 주머니에 넣으면서 묘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다.
역사를 나오니 생각 외의 모습이다. 보통 역사를 나오면 만나는 식당, 다방, 마트 같은 건물이
전혀 없이 광장에 버스 몇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몇 분을 내려가니 사거리 코너에 편의점 하나
가 보일 뿐이다. 그리고 한 쪽에 세워진 증평 안내지도. 아쉬운 것은 증평의 돌아 볼만한 곳을
표시해 놓았으나 증평 역에서 그곳까지의 거리는 안내되어 있지 않았고, 또한 제1 코스, 제2코
스 등의 안내도 보이지 않는다.
증천리 벽화 마을을 우선 가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본 바에 의하면 증평 돌아보기 추천 10곳
중 한 곳이었고 지도상으로는 그곳부터 장뜰 시장, 보강천 미루나무 숲, 증안골 마을, 정안등구
나무체험 마을을 돌아보고 일박, 그리고 다음 날 소월 문학기념관을 가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
기 때문인데, 마침 몇 분의 어른이 계셔서 증천리 벽화마을을 물으니 모르신단다. 증천리를 물
으니 알려주시는데 한 참을 걸어야 한다고 더운데 버스를 타라시는 것을 걷기로 했다.
언덕을 오른다. 등이 뜨겁다 못해 볕에 아프다는 느낌을 받는다. 속옷이 다 젖고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 걸었고, 걸으면서 몇 몇 학생을 만나 벽화마을을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 한다. 그러다가
한 학생이 말하기를 “아마 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데, 속이 하얗게 된다. 여권을 열어보니 어!
벽화마을 도장 찍는 면이 안 보인다. 그렇다면 증평군에서는 안내도 하지 않는 벽화 마을을 인
터넷에서 여행하는 분들은 감히 증평 꼭 가보아야 할 10곳 중에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니
잠시 혼란을 느낀다.
사거리 코너를 지나치는데 주인 여자 분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기에 그녀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포장 안에서 쑥 나오는 청년, 아하! 그 청년과 대화하면서 웃는 것인데 내가 오해를... 그 청년이
말한다 여기서 돌아서 200미터 정도 올라가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