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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그 여자의 이혼 13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09.05|조회수12 목록 댓글 0

그 여자의 이혼 13회

 

 

주변 여자들 말을 들어보면 개인택시 운전사들은 바람 날 기회도 많고 오입 할 기회도 많다고들

하는데, 한 동안 조정녀도 나분출의 그런 부분을 의심했었다. 하지만 의심으로는 안 되는 것. 확

실한 증거가 필요하지만 조정녀의 한계는 의심하는 것 까지였다.

 

그런 것을 보고 자란 이사는 제 엄마인 조정녀가 불쌍하다고 말한다. 요새 여자들이 누가 그렇게

작은 생활비를 주면서도 툭하면 손찌검을 하는 그런 남자와 어떻게 살 수 있는가? 하면서 오히려

아들이 더 분을 내곤했다.

 

하지만 딸인 재미는 달랐다. 요즈음 들어서는 더욱 제 아버지 편을 들어주고 있다. 말인즉슨 아버

지가 불쌍하다는 말이지만, 결국은 엄마인 조정녀가 한번 참아주면 될 일을 가지고 크게 벌렸다고

했다. 키울 때는 딸이 더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요새 같으면 딸을 뭐 하러 길렀나 싶을 정도이다.

그녀는 페트병의 물로 입을 헹구다가 급하게 이사의 전화를 받았다.

 

“웬일이니?”

“궁금해서요. 어떻게 됐어요?”

“어떻기는, 점심 먹고 바로 나왔다.”

“언제 또 만나시지요?”

“다음주에, 앞으로 열 한번을 이렇게 만날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어쩔 수 없지요. 엄마가 바라는 대로 하시려면.”

“어쩔 수 없기는, 아무래도 이 나라의 법이라는 것이 이혼을 막아보려고 세운 법이 되어서인지 기분

은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그래도, 내가 어디서 들은 얘기로는 이혼을 요구하는 쪽의 이유가 상당하면 그렇지도 않다는데요.”

 

그것 참! 조정녀가 아무리 생각해도 만만치가 않다. 이혼 사유를 열 가지 이상 쓰라는 페이지를 쓰지

않고 있었다. 막상 쓰려고 하니 마땅한 구실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남편의 구타? 아주 심하지 않으

면 그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생활비? 그것도 그렇다 부부란 한 쪽의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다른

쪽에서라도 힘을 보태는 것이 옳은 것이다. 잔소리? 그것도 남편의 관심이 도가 넘치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불륜? 들리는 소문은 더러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으니 시비 거리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

을 해 보면 딱히 이혼 사유가 될 만한 건더기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조정녀는 남편인 나분출과 앞으로

살아갈 일이 끔찍하다.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그 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소름

끼치는 데야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언젠가는 차라리 자신이 불륜을 저질러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남편이 자신을 간통

죄로 고소하고 그러면 자동 이혼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마땅하지가 않았다.

우선은 아이들이 눈에 밟혔고 그 다음은 만만한 상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만나는 남자 역시 남자로서는 그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다. 점잖고 행동이 바르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하지만 아직은 그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 만일 그녀가 이혼을 한 상태였고 그만한 남자

라면 남은 인생을 함께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막상 남자의 눈길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면

그녀가 한 발 물러섰다. 어느 때에는 그녀가 술 취한 척 하고 한 발 가까이 다가서면 그 남자가 한 발 물

러서기도 했다. 결국 그 남자와는 마음은 어느 정도 느끼고 있으나 막상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는 묘한

관계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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