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14회
“재미는요?”
“재미는 제 아빠랑 같이 갔다.”
“재미는 뭐라 안 해요?”
“안하기는, 이혼 할 때 하더라도 나보고 집으로 들어오라 그러지.”
“그래서요?”
“내가 미쳤니?”
조정녀는 남편이 식사를 하러 재미를 데리고 왔는데, 그 딸이 제 아빠 곁에 앉아서 부인이 남편을
챙기는 것처럼 식사를 챙겨주는 꼴이 떠오르면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남편이 딸년을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아주 찰떡처럼 제 아빠 편에 서있다. 하긴 어려서부터 분출이 재미를 귀여워하고 재미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정도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엄마인 자신이 따로
나와 사는데 그런 엄마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빠 편만 드는 것이 얄밉기도 하다.
“엄만 어디로 가실 거예요?”
“집에 가야지. 이 기분으로 가게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엄만, 집에 가서 괜히 혼자 속상해 하지 말고 차라리 가게로 가세요.”
“싫다! 집에 가서 법원에 낼 보고서나 써야 하겠다.”
마지못해 하는 아들도 그녀의 고집을 아는지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하곤 전화를 끊는다.
도대체 아내인 조정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 혼자 살고 싶다고 할 때에는 그 동안의 생활에 권
태기가 찾아 온 것이라고 이해를 했었다. 어느 드라마에서 방영된 내용 중에 온갖 가족들의 뒷바라
지에 지친 아내가 휴가를 가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아내도 잠시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였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때로 이혼하자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한 것이
자신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우리 이혼하면 어떨까?’
처음 아내인 조정녀가 이 말을 할 때만 해도 이 여편네가 미쳤나? 하고 말았었고 몇 번 말을 할 때
마다 콧방귀를 뀌고 말았던 일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보따리를 싸가지고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처음 이혼을 말 할 때부터 조정녀는 홀로 살 준비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
파트 작은 것 하나 전세로 준비하고 조금씩 살림 도구를 준비하였고 그 준비가 끝나자 분출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나가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찾아가서 집으로 들어오라고 권해보았었다. 하지만 요지부동, 다음에는 아이들을 시켜서
달래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다. 그러자 차차 자존심이 상한 분출은 ‘그래! 너 하고 싶은 대
로 해라. 까짓것 이혼해달라면 못해줄 줄 아냐!’ 하면서 제풀에 꺾이기를 바랐지만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어느 날인가 분출을 만나자고 연락을 한 조정녀의 손에는 이혼서류가 들려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 해 보아도 이혼 할 만 한 이유가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조정녀가 건네준 이혼
서류의 이혼 사유 란에는 분명 성격차이 라는 글이 선명하게 쓰여 있는 것을 보면 아내인 조정녀가
그 동안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왔다는 것이 되는데 자신을 돌아보면 그리 스트레스를 줄
만한 일이 생각나지를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