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18회
이제 무슨 말인가? 그냥 어디 있는지 말하면 있는 곳으로 데리러 갈 텐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묘해진다.
“그걸 알아서 뭐하려고? 내가 다 알아서 할 텐데.”
“맞아요! 당신 그런 성격이 전혀 맘에 안 들었으니까! 내가 무슨 당신 하녀예요?”
아내의 목소리가 커진다.
“속초 대인콘도요.”
“알았어요! 그럼 먼저 가세요. 나는 뒤 따라 갈 테니까.”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나? 따로 가겠다니? 이게 무슨 여행이란 말인가?' 분출의 속이 부글
부글 끓어오른다. 하지만 지금 성질을 부려서는 될 것도 안 될 것이다. 분출은 속을 꾹 누르며
“그게 무슨 소리요?”
하고 물었다.
“차를 한 대 빌렸어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세요. 나도 준비 되는대로 바로 갈 테니까?
저녁 먹을 시간까지 가면 되지요? 숙소 호실은 도착해서 전화로 물을게요.”
정녀는 어제 밤새도록 고민을 했다. 이제 이혼의 막바지 단계였고 여행만 다녀오면 법이 요구
하는 것을 다 하게 된다. 하지만 강원도까지 두세 시간을 한 차에 타고 가야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정녀는 차를 한 대 렌트하기로 했고 아침에 렌트 회사에 들렀던 것이다. 중형
승용차를 빌려 놓고서야 그녀는 남편인 분출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녀의 계산대로라면 분출과
함께 하는 시간은 식사 시간 정도일 것이다. 출발과 도착은 각자의 차로 움직이고 잠은 각방을
쓰면 될 것이고 그렇다면 밥 먹는 것쯤이야 견딜 만 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어느 길로 갈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는 느낌이다.
“고속도로로 갈 거요.”
남편의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 담겨있다. 제 뜻대로 되지 않으니 그 성질이 나오는 모양이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의 신경을 건드려서 이혼 하자고 달려들기를 바라는 것
이다.
적어도 남편까지 이혼을 요구한다면 판사도 어쩔 수 없으리라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 법! 웃기네. 아무리 이혼이 사회 문제가 되어있고 가능한 이혼을 막으려는 정책이겠
지만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효과는 보고 있다 해도 결국 이혼하겠다는 부부를 말릴 수는 없을 걸.’
정부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변호사는 가능한 부부의 이혼을 막아보겠다는 정책에 의한 노력을
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역량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한 쪽에서 이혼
을 반대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손을 써 보기도 하겠지만 부부가 이혼을 하겠다고 나서는 데야 변호
사의 노력도 수포가 될 것이다.
조정녀는 슈퍼에 가서 이온 음료와 초콜릿을 산다. 운전 중 피곤할 때 초콜릿이 그녀에게는 필요
했고 목이 마르면 마셔야 할 음료였다. 비닐봉지에 담긴 음료와 초콜릿을 조수석에 던져 놓고 핸들
을 잡는다. 그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저녁 먹을 시간이 훨씬 넘는 저녁 여덟시 정도에 도착할 계획
이다. 그리곤 저녁을 먹고 피곤을 핑계로 방에 들어가 잠을 자면 될 일이다. 오늘은 그렇게 하고
내일 하루만 어떻게 견디면 모래는 올라오는 날이니 아침 먹자마자 출발하면 남편인 분출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그녀는 라디오를 켠다. 교통방송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