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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그 여자의 이혼 20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09.14|조회수13 목록 댓글 0

그 여자의 이혼 20

 

 

10

  아침부터 흐린 날씨는 그녀가 집을 나설 때 눈발이 되어 내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눈발은

그녀가 법원 정문을 들어 설 때 함박눈이 되었다.

  ‘첫 눈이군.

  그녀는 민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장갑을 벗어 어깨를 몇 번 툭툭 친 후 자판기

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아들고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돌아보니 아직 분출은 오지 않았다하긴

오늘은 그녀가 조금 서둘기는 했다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목을 넘어가는 따뜻한 커피는

그녀의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해 준다.

  얼마 후 분출이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지만 그녀는 애써 눈길을 돌리고 말았다이제

오늘만 대하면 다시 볼 날이 없을 것 같은 사내이지만그렇다고 아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아이들 결혼문제도 그렇고.

 

  민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아내인 정녀가 한 손에 커피 잔을 들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분명 그가 들어선 것을 보았을 텐데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것을 보니 은근

한 화가 치민다그렇다고 쫓아가서 왔느냐고 묻기도 어색하다그 역시 커피를 한 잔 뽑아 들

고 다른 자리에 가서 앉는다시계를 보니 아직도 시간은 십여 분이나 남아있다그는 민원실

한 곳에 꽂혀있는 출판물들을 보자 그곳으로 가서 월간지 한 권을 꺼내 펼친다잘 나가는 배우

의 사진과 함께 그 배우의 동정에 대한 제목이 표지를 차지하고 있다.

  눈으로 대충 건너뛰면서 읽는다하지만 그 내용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한 번씩 곁눈

으로 조정녀의 모습을 보곤 하지만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커피 잔을 든 채 정면만 바라보고 있다.

 

  민원실 옆의 문이 열리더니 전에 보았던 직원이 메모지를 들고 보면서 이름을 부른다.

  “나분출씨조정녀씨!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그를 보면서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들은 직원을 말에 따라 이미 한 번 가 보았던 곳으로 들어간다예의 그 여 판사가 검은 법복

을 입고 안경을 쓴 채 서류 더미를 훑어보고 있다가 그들이 들어서자 고개를 끄덕인다.

  “앉으세요.

  직원의 말이 끝을 맺기도 전에 그들은 자리에 앉는다한 번의 경험이 그들의 어색함을 어느

정도 만회해주고 있는 것이다.

  “본인임을 확인하겠습니다.

  직원이 그렇게 말하곤 서류 표지를 제치는데

  “아됐어요두 사람 본인들이 맞지요?

  판사가 직원을 제지하고 그들에게 물었다.

  “예!

  두 사람의 답이 동시에 나온다.

  “그럼 두 분의 합의 이혼에 관한 판결을 하겠습니다.

 

  판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뜸을 들인다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두 분이 그동안지난 삼 개월 동안 법이 정한 조정기간을 성실하게 마치신 것에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판사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다시 뜸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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