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혼 20회
10
아침부터 흐린 날씨는 그녀가 집을 나설 때 눈발이 되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발은
그녀가 법원 정문을 들어 설 때 함박눈이 되었다.
‘첫 눈이군.’
그녀는 민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장갑을 벗어 어깨를 몇 번 툭툭 친 후 자판기
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아들고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돌아보니 아직 분출은 오지 않았다. 하긴
오늘은 그녀가 조금 서둘기는 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목을 넘어가는 따뜻한 커피는
그녀의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해 준다.
얼마 후 분출이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지만 그녀는 애써 눈길을 돌리고 말았다. 이제
오늘만 대하면 다시 볼 날이 없을 것 같은 사내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 결혼문제도 그렇고.
민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아내인 정녀가 한 손에 커피 잔을 들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분명 그가 들어선 것을 보았을 텐데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것을 보니 은근
한 화가 치민다. 그렇다고 쫓아가서 왔느냐고 묻기도 어색하다. 그 역시 커피를 한 잔 뽑아 들
고 다른 자리에 가서 앉는다. 시계를 보니 아직도 시간은 십여 분이나 남아있다. 그는 민원실
한 곳에 꽂혀있는 출판물들을 보자 그곳으로 가서 월간지 한 권을 꺼내 펼친다. 잘 나가는 배우
의 사진과 함께 그 배우의 동정에 대한 제목이 표지를 차지하고 있다.
눈으로 대충 건너뛰면서 읽는다. 하지만 그 내용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번씩 곁눈
으로 조정녀의 모습을 보곤 하지만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커피 잔을 든 채 정면만 바라보고 있다.
민원실 옆의 문이 열리더니 전에 보았던 직원이 메모지를 들고 보면서 이름을 부른다.
“나분출씨, 조정녀씨!”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그를 보면서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들은 직원을 말에 따라 이미 한 번 가 보았던 곳으로 들어간다. 예의 그 여 판사가 검은 법복
을 입고 안경을 쓴 채 서류 더미를 훑어보고 있다가 그들이 들어서자 고개를 끄덕인다.
“앉으세요.”
직원의 말이 끝을 맺기도 전에 그들은 자리에 앉는다. 한 번의 경험이 그들의 어색함을 어느
정도 만회해주고 있는 것이다.
“본인임을 확인하겠습니다.”
직원이 그렇게 말하곤 서류 표지를 제치는데
“아! 됐어요. 두 사람 본인들이 맞지요?”
판사가 직원을 제지하고 그들에게 물었다.
“예!”
두 사람의 답이 동시에 나온다.
“그럼 두 분의 합의 이혼에 관한 판결을 하겠습니다.”
판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뜸을 들인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두 분이 그동안, 지난 삼 개월 동안 법이 정한 조정기간을 성실하게 마치신 것에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판사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다시 뜸을 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