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08
[정읍 내장산 2]
내장산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2키로 정도를 올라간다. 그리고 곧 단풍터널을 만나는데,
참 아름답다, 많은 분들이 그곳에 가보셨을 것이고, 인터넷으로 찾으면 가장 아름다운 풍경
을 볼 수 있을 것이니 굳이 어떻다는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더불어 궁금하시면 꼭
한 번 가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은 곳이다.
손녀는 정신이 없다. 이제 걸음마를 즐기게 된 때이기도 하겠고, 새로운 장소의 새로운 만남
이 손녀에게는 신기할 따름일 것이다. 정신없이 단풍잎을 발로 밟으며 껑충껑충 뛰곤 하니
우리 부부는 그 녀석 뒤 쫓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고 보니 나와 아내는 손녀 돌보미로 차출된
기분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 저 녀석의 저 촐랑거림을 볼 수 있을까?
어두워 질 때까지 내장산에 머물렀던 우리 가족은 어둠이 깔린 후에 출발해서 숙소로 갔는데,
아! 한 마디로 개인 별장에 왔다, 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나 역시 여행을 적지
않게 하면서 여러 종류의 숙소를 사용해 보았지만 이곳만큼 세세한 곳까지 배려해 놓은 숙소
를 만난 적이 없었다.
넓은 마당과 잔디밭, 한 쪽에 설치된 정자와 그 위에 쇼파용 그네, 베드민턴과 토우, 작은 인
형들의 조합과 조명, 실내를 들어가니 새로 지은 집 같은 깨끗함과 신선한 구조, 굳이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준비된 물품들, 깔끔하게 정리되어 놓여있는 수건은 10
여명이 사용하고도 남을 양, 잘 정리된 욕실,
그보다는 주방에 설치된 것들이 나를 기쁘게 해 주는데, 켑슐 커피 머신과 비치되어 있는 캡슐
커피, 정수기는 얼음까지 뱉어내는, 심지어 와인 잔도 준비되어있고, 커피 잔이 있음에도 불구
하고 큰 종이컵과 작은 종이컵까지 챙겨놓았으며, 주방 뒤의 문을 열자 그 곳에 세탁기와 쓰레
기 분리수거함. 그리고 바비큐를 하기 위한 소품이 몇 가지 준비되어 있다,
마당의 조명은 밤이 되지 꺼졌지만, 내가 밖으로 나서니 가는 쪽으로 켜지는 센스등, 젊은 주인
이 세심하게 챙겨놓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면서, 이런 곳이라면 누구에게 추천해도 충
분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데, 그곳을 아는 사람은 작은 아들.
이른 아침 커피 한 잔을 들고 마당의 의자에 앉아 커피 향을 맡으며 서서히 밝아지는 앞산을 바라
본다. 참 평화롭다는 느낌과 함께 오래 전 만났던 포천 산정호수의 새벽이 생각난다. 커피 한 잔
으로 만난 산정호수의 아침 물안개, 이곳의 새벽도 그렇게 평화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커피 향을
더 진하게 느끼도록 해 주고 있다.
오전에 백양사에 들렀다가 올라간다는 일정은 손녀의 아침식사 때문에 취소하게 되었다. 준비한
손녀의 아침 식사를 아내의 실수로 쏟아졌는데, 그 근처에서는 손녀의 식사를 대체할 음식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라면 대충 어떻게 때우겠는데, 손녀의 식사 문제는 아들부부의 몫이니
그들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주까지 이동해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고 출발하는데, 아내가 준비한 간식으로 손녀를 달
래며(손녀의 먹성이 좋은데, 음식은 아들 내외가 정해놓은 음식을 먹도록 하기 때문이다.) 전주까
지 올라가 늦은 아침을 먹는다. 하지만 전주의 그 음식은 대기만 20여분 했고, 그만큼 소문한 음식
이며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지만 굳이 소개하고 싶지는 않은 음식이다. 내 입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1박 2일의 여행은 끝난다. 손녀 핑계로 즐기게 된 여행, 앞으로 그 손녀와 몇
번이나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일 년에 두 세 번 하게 되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