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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셔츠 7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12.04|조회수9 목록 댓글 0

셔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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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은 그의 아파트에서 세 불록 정도 떨어져 있었다물론 그 사이에 홈 플러스가 있어서

그곳에서 옷을 살 만도 하지만 그는 세 불록 정도면 걸어갈 만 하다는 생각과 아내는 언제나

그의 옷을 백화점에 가서 샀다는 말을 한 기억이 났기에 그는 늦은 아침을 먹고 천천히 걸어서

백화점으로 간 것이다.

 

  백화점은 그에게 상당히 낮선 곳이다그의 일상에 백화점은 별로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

백화점은 언제나 아내의 몫이었다그는 늘 아내가 사온 것들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사

용을 했었다그것은 아내의 눈썰미가 남다르기도 해서 언제나 유행에 떨어지지 않는 제품과 멋

에 뒤지지 않는 것들을 구입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더불어 그는 외형적인 것에는 그다지 민

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날 그 날 아내가 챙겨주는 것을 두 말 없이 걸치고 다녔던 것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섰지만 백화점으로 봐서는 이른 시간인 것 같았다백화점은 한가했다

일층으로 들어서면서 그는 웬 화장품이 이리 많은지를 보면서 놀랐다한 개 층이 모두 화장품

매장으로 가득 했기 때문이었다화장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그는 무심코 숨쉬기를 입으로 한

그러면서 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층으로 올라간다아동복 매장들로 가득한삼층은

여성복 사층은 등산복과 골프 전문매장그리고 남성복은 오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먼저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대충 어떤 옷들이 있는지 살피는 것과 더불어 가격대도

눈요기 삼아 살펴볼 생각으로였다어느 매장이든 거의 비슷했다전시용으로 마네킹에 입혀

놓은 몇 벌의 옷과 행거에 걸려있는 양복들셔츠들넥타이등이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는 것

가격대도 별반 다를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그리고 중간 중간 세일이라고 크게 써 붙인

판매대의 옷들과정품과 함께 세일 품을 파는 매장이 있을 뿐,

 

  그는 천천히 느긋한 걸음으로 눈요기를 즐기며 걸었다하지만 남성 매장이라고 해도 남성들

보다 여성들이 더 많아 보인다물론 남녀가 함께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여자 혼자

매장을 도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어쩌면 저 여자들도 내 아내처럼 남편을 위하여 필요한

옷을 사기위해 왔거나 아니면 혼자 미리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점지해 놓은 후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면 함께 나와서 사기 위해 돌아보는 것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는 천천히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아이의 짜증을 달래

는 모습이 보인다아이의 엄마가 말한다‘여기서 얼른 아빠 셔츠 사고 네 장난감 사줄게

금만 참아알았지?’ 아마 아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 매장을 지나쳤나보

하긴 아이에게 있어서 아빠의 셔츠는 관심 밖의 일이다아이의 세계에서 아빠의 셔츠는 전

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안는다여자가 아이의 손에 막대 사탕을 한 개 들려주지만 아이는

받으려 하지 않는다하지만 결국 아이는 엄마의 눈초리를 살피면서 받아드는데 결코 즐거운

표정은 아니다어쩌면 엄마의 강요에 의해 받아 들 수밖에 없는 막대 사탕이었을 것이다

이를 안은 부부가 어느 매장 앞에 서는 것을 보면서 그는 커피 한 잔이 생각났다그리고 매장

한 곳에 있는 간이 커피숍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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