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8회
요즈음 트렌드는 매장 한 곳에 그런 휴게 공간을 만들어 놓음으로서 손님들이 쉬면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매출의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는 말을 어느 뉴스에
서 본 기억이 난다. 그는 커피숍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시켜 한 모금 마신다. 쌉쌀한 향과 맛이
그의 몸을 산뜻하게 만들어 준다.
잠시 그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커피를 마신 그는 문득 소변이 마렵다는 생각을 한다. 화장실
로 간 그는 별로 나오지도 않는 소변을 억지로 본 후 세면대 앞에 가서 손을 닦기 위해 물로 손을
한 번 행군 후 비누를 들어 손에 비비며 앞의 거울을 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셔츠 주머니 위에
있는 제품 회사의 로고를 본다. 영문 이니셜로 JB라고 쓰여 있는 로고를 보다가 그는 멈칫한다.
어디서 본 듯한 로고이기 때문이다. 그는 손을 부지런히 닦은 후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 한 바퀴
돌기 시작한다.
JB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매장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곁에 있는 것이다. 그는 매장 앞으로 가서 셔츠를 내려 본다.
삼십대의 여자가 그 앞에 오더니 상긋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의 셔츠를 본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이 조금 흔들린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눈치 채지 못하고 셔츠를 대
충 살핀 후 그 옆의 세일 매장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그녀의 말이 들린다.
“고객님! 셔츠는 제 철에 제 상품을 사시는 것이 가장 좋답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뒤통수를 맞는 느낌을 받는다.
‘여보! 누가 그러는데, 셔츠 같은 것은 제 철에 정품을 사 입는 것이 가장 좋다던데’
‘누가?’
‘오늘 당신 셔츠를 산 매장에서 그러던데.’
‘그래!?’
‘응! 그 여자가 그러는데 셔츠 같은 것은 제 철 과일과 같은 것이라면서 요즈음은 제철 과일이
라는 말이 쏙 들어갔을 정도로 사시사철 과일을 먹을 수 있지만 사실 제 철에 나오는 과일 만큼
의 맛은 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셔츠 같은 것도 그렇다고’
그는 아내의 말에 그렇게 말하는 장사 수완도 있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그 여자는 말하기를 세일 상품이나 이월 상품은 아무래도 정품과는 다르다고 하더
라고, 그래서 내가 물었지. 그게 무슨 말이냐고’
‘그랬더니?’
‘세일 상품은 아무래도 세일 가격을 맞춰서 나오는 물건이라는 거야. 그리고 이월 상품은 버림
받은 상품이라고’
그는 아내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그런 뚱딴지같은 말이 있느냐는 듯
‘그러니까 그 여자의 말은 자기들의 상품은 세일이나 이월이 없다는 거야. 세일 상품이라고 하
면서 정품 보다 가격이 낮은 것은 그 가격대를 맞춰서 나오는 물건이 거의 90%이고 이월 상품은
손님들이 선택하지 않아서 팔지 못한 것, 물론 수량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거지,
그래서 내가 물었어.’
‘그럼 여기는 세일이나 이월 상품 판매는 안하느냐고’
‘그랬더니?’
‘자기네는 하지 않는데. 물론 가격은 백화점 판매 방침에 의해서 주변 매장과 같은 가격대를 형성
하고 있지만 자기들의 상품은 주변 매장의 가격대에 비하여 월등히 좋은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니까
가격대는 주변 가격을 맞출 수밖에는 없지만 그 대신 그만큼 제품을 잘 만들어 내고 있다는, 그 여자
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치더라고. 그래서 하나 사왔는데…….’
아내는 그런 말을 하면서 셔츠를 그 앞에 내려놓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