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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셔츠 10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3.12.07|조회수6 목록 댓글 0

셔츠 10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정면으로 바라본다그의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그녀가 그의 손에 간 고등어 봉지를 들려준다하지만 그는 거절도 못하고 받아 들었다

간 고등어를 좋아한다는 여자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

고 선뜻 사 오는 여자아마 그녀의 성격은 그만큼 개방적이고 활달하다는 것이리라여자

는 그에게 고개를 끄떡여 잘 가시라는 표시를 하고는 성큼 걸음을 옮긴다간식으로 우유를

사러 왔던 모양이다.

 

  저녁 찬으로 먹은 간 고등어가 짰던 모양이다그는 속이 더부룩한 것을 삭히려는 마음에

집을 나선 그는 천천히 백화점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그의 집과 백화점 중간쯤에 있는

호프집에 갔다.

 

  이제는 한 낮에 조금 덥다는 것을 느끼지만 저녁이면 추위를 느끼는 날씨인데도 가게 밖에

놓은 야외 탁자에도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그도 실내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야외가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앉는다.

 

  그가 앉는 것과 동시에 종업원이 메뉴판을 놓고 간다그는 무엇을 안주로 할까 생각하지만

별로 안주 삼을 만 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배는 부르니 통닭도 그렇고그는 간단하게 마른

안주에 생맥주 한 잔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식탁 위에 놓인 벨을 누른다벨 소리

를 너무 크게 해 놓아서인지 실내에서 딩동 거리는데 그의 귀에도 들렸다종업원이 즉시

그 앞으로 와서 선다그가 '마른안주하고.' 하는데 뒤에서 여자의 말이 그의 말을 잘라버린다.

  “여기요통닭하고 오백 두개요.

  놀란 그가 고개를 드는데 그의 얼굴 앞으로 얼굴 하나가 다가온다그 여자였다낮에 셔츠를

그에게 팔았던 여자지하 매장에서 간 고등어를 사서 건네주고 간 여자그는 놀라서 벌떡 일어

선다.

  “놀라셨어요놀래주려고 한 것은 아닌데손님은 내가 먹고 싶은 통닭을 시킬 것 같지 않아서요.

  하면서 그녀는 그의 앞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는다그의 마음이 조금 상한다‘아니뭐 이런 여

자가 다 있어!’하는 표정으로 그도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차마 여자에게 화를 내거나 얼굴을 붉힐 수는 없었다까짓 통닭 한 마리와 생맥주 한 잔으

로 기분 상할 필요는 없었고또 혼자 마시는 것 보다는 둘이 마시는 것이 더 즐거울 수도 있겠다

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저지금 배 많이 고프거든요얼른 집에 가서 저녁 먹으려고 부지런히 걷는데 손님이아니 사

장님아니 뭐라고 불러야……그냥 선생님이라고 할게요그러니까 선생님이 천천히 걸어오

시는데 한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시면서그러더니 여기 앉으시더라고요문득 얼씨구나하는 마

음이 들던데요그렇지 않아도 선생님 한 번 만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가 고개를 들어 여자를 빤히 쳐다본다무슨 소리라고 묻는 것이었다.

  “얘기하려면 조금 길지도 몰라요.

  종업원이 생맥주부터 그들 앞에 가져다 놓는다여자는 건배라는 뜻으로 잔을 들어서 그 앞으로

한 번 내 밀더니 단 숨에 반 정도를 마셔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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